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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원희룡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관리형 대표’를 표방하며 막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자신은 대권 도전의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른바 ‘한동훈 대망론(大望論)’을 고리로 자신이 당대표 적임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 후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대권과 당권 모두에 욕심을 내려한다는 나 후보의 비판이 당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후보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전 대표가 오직 본인의 대권 야욕을 위해 민주당을 사당화하고 일극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며 “한동훈 후보는 지금 ‘이재명 따라 하기’를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대권과 당권 중 하나에만 도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 후보는 전날 대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차기 대권 도전 시 2025년 9월 이전에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는 질문을 받고 “이길 수 있는 게 저라면 (대선에) 나간다”고 답한 바 있다. 대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나 후보는 “지방선거 직전에 또 비대위, 전당대회 지긋지긋하다”며 “만에 하나라도 대표직 사퇴마저 거부한다면 한 후보는 그때부터 완벽하게 ‘한재명’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재명’은 민주당이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연임의 길을 터주기 위해 당헌을 개정해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 사퇴 시기에 예외를 허용하도록 한 것에 빗댄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 전 사퇴해야 하지만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가 당대표를 연임한 뒤 차기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에 사퇴할 필요 없이 같은 해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하고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이 전 대표가 대권과 당권을 모두 움켜쥐려 한다며 맹비난을 가했던 상황이다.
나 후보로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처럼 대표 사퇴 시기까지 조정할 것으론 보지 않더라도 한 후보가 차후 당대표 책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보여진다.
나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2년 임기 당대표를 1년 만에 내팽개치고 본인의 꿈만 좇아가겠다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하다”고 비판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한 후보는 나 후보의 지적에 대해 “나경원 후보도 꿈을 좀 크게 가지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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