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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후보들의 도 넘는 막말 비방에 폭력 사태까지 불거지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재발 방지 요구에도 한동훈·원희룡 후보는 16일 지지자 간 충돌의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계파 갈등이 임계점에 이르면서 당 안팎에서는 “이대로 가면 누가 대표가 돼도 난파선의 선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원희룡 후보는 전날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 간 욕설과 폭행이 오간 것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한 후보는 이날 한 방송사 유튜브에 출연해 원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당원이 한 후보 지지자에게 의자를 집어던지며 난동 부린 것과 관련해 “나중에 보니까 좀 계획하고 와서 난동을 피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당대회가 마타도어와 폭력의 장이 되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제가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를 한 게 하나라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원 후보의 잇단 네거티브 공세와 극성 지지자들이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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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후보는 이에 대해 “(난동 부린 당원이) 저희 지지자인지 다른 지지자인지 알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팬클럽 행동이 과거 우리 당에서는 없었다”며 팬클럽 활동이 활발한 한 후보의 등장과 이번 폭력 사태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원 후보 캠프는 “한 후보와 동행해온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상대 후보 지지자를 집단 폭행했는데도 선관위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당 선관위에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 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원 후보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많이 될 수 있다”며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이에 “댓글팀이든 뭐든 제가 관여하거나 부탁·의뢰한 게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직원 동원설’에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하겠다”고 맞받아쳤다.
극한 갈등으로 치닫는 당권 레이스를 보며 당 안팎에서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보수 분열을 초래하는 공멸의 폭주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나오지 말았어야 할 후보가 너무 큰 혼란을 몰고왔다”며 “출마 자체에 엄청난 분열과 파탄의 원죄가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극한 대립 속에 누가 대표가 돼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배가 난파 상황인데 선장이 된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력 하락기의 전형적 증상”이라며 조국혁신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에 한 후보의 댓글팀 의혹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전대 선관위는 모든 후보 측에 폭력 사태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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