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6)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750mL 위스키를 2만원대에 구마했다. 집에서 직접 하이볼(위스키와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을 만들어 마시기 위해서다. 이씨는 “발베니나 달모어 등 고가 위스키를 수집한 적도 있지만 재정 부담이 커서 그만뒀다”면서 “여름철 더위에는 하이볼이 최고라 중저가 위스키 위주로 사 마신다”고 말했다.
고가(高價) 위스키 열풍이 저물고 5만원 미만의 위스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위스키 수요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하이볼 인기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선 중저가 위스키가 대세가 됐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L&B의 와인앤모어 전국 매장에서 올해 1분기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는 1L에 1만원대인 ‘그란츠 트리플우드’다. 위스키 판매량 상위 10위권 제품 중에선 총 7종이 5만원 이하였다.
당초 국내 위스키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유행을 주도한 것은 맥켈란이나 발베니 등 10만원이 넘는 고가 위스키였다. 인기 제품의 경우 오픈런에 품귀 현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 상승 압박에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고가 위스키 수요가 한풀 꺾였다고 분석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그런데 수입액은 2억5957만달러(약 3483억원)로 전년보다 2.7% 줄었다.
단가가 낮은 중저가 위스키 수입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MZ(1980~2000년대생) 사이에서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중저가 위스키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하이볼은 탄산수에 위스키를 타서 먹는 식이라 고가 위스키를 사용하지 않는다.
유통업체들도 중저가 위스키 제품 저변을 넓히고 있다. 홈플러스는 1.5L에 달하는 대용량 글렌스택 스카치 위스키를 1만원대에 출시했다. 또 진 가드, 골드킹 나폴레옹 브랜디 등을 9990원에 출시하며 ‘1만원대 이하 초가성비 위스키’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대형 주류업체들도 중저가 위스키 열풍에 합류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스카치 위스키 ‘커티삭(3만원대)’을 국내에 출시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올해 서울 홍대에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3만원대)’을 홍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제품 생산지도 다양화하고 있다. 가성비를 위해 제 3세계 제품도 늘고 있다. 위스키 주요 수입국은 스코틀랜드(영국), 일본, 미국 등이었는데 대만, 인도, 호주, 프랑스, 아일랜드, 잉글랜드 등으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CU는 지난해 인도산 위스키에 이어 지난 3월엔 호주산 ‘NED’ 위스키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이어 4월엔 자체 위스키 브랜드인 1만원대 ‘프레임’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엔 브리티시위스키인 뱅크홀 위스키(4만원대)가 이마트 등에서 출시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고가 위스키는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이지만, 중저가 위스키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입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제3국 등에서 가성비 좋은 위스키를 찾아 들여오는 트렌드가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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