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특별보좌관으로 두 번째 발탁된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보안전문가다. 1980년대 초반부터 그의 수업을 듣던 제자들은 학계와 경제계는 물론, 법조계와 정부, 군에도 수두룩할 정도다. 이번 정부에선 대통령사이버특별보좌관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이버보안, 경제안보, 인공지능, 우주, 양자 등 과학기술 전반의 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임 특보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만났다. 다음은 임 특보와의 일문일답.
-대통령특별보좌관으로 또 다시 임명됐다.
▲이전 정부에선 주로 사이버보안이나 안보 측면에서의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분야가 넓어졌다. 이름도 사이버특보로 했고, 1994년 1차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다면, 이제는 AI와 양자, 우주 등 2차 인터넷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환경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이버 상의 안보라치면, 주로 국가 간의 어떤 기밀을 빼가는 거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사이버가 전쟁의 수단이 돼버렸다.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보니 기업의 사이버보안도 중요해졌다. 위성이나 AI, 양자 컴퓨터가 플랫폼이 되면서 비즈니스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래에는 모든 기술이 우주로 다 올라갈 것이다. 환경이나 전력 문제 역시 지상보다 수월할 것이고. 반도체 공장도 우주로 가면, 우주는 중력이 제로이지 않나. 반도체 수율이 높아질 것이다. 바이오산업 관련 신약 개발도 단백질 분자의 순도가 중요한데 이게 크게 높아질 것이다. 통신 역시 6G로 가면서 위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면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보안솔루션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AI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AI에 대한 보안 역시 크게 대두될 것이다. AI를 해킹하거나 백도어를 심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AI 프로그램은 대개 외주로 맡겨서 가져오는데, 지난 2월에 한 보안업체가 AI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소스가 오픈돼 있는 사이트를 검사했더니 1800개에서 악성코드가 나왔다. AI프로그램에 숨어있는 악성코드가 평소에는 숨어있다가 결정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주식 리딩방이나 사기꾼들도 처음에는 이자도 잘주고 수익률도 좋게 해주지 않나. 같은 맥락이다.
-최근 여러 공개석상에서 우주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우주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달에다가 연구 기지 만들면, 원래 달은 특정국가의 점유권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사방 100㎞까지 점유를 허용키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우주산업에 열을 내는 이유기도 하다. 달 자체로도 큰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달이 화성으로 가는 중간기지가 될 가능성도 높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발사하는 것과, 달에서 화성으로 발사하는 것은 난이도 자체가 다르다. 달에선 비행기가 뜨듯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다.
통신은 해저케이블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유럽과 통신을 하기위해 해저케이블을 사용하는데, 이게 앞으로는 위성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저 광통신도 위성통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해저케이블이 빠르지만 2030년이 되면 위성통신도 6G 속도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저케이블은 백업의 개념으로 역할이 바뀔 것이다. 우리가 휴대전화(무선통신)를 사용하면서도 일반전화(유선통신)를 함께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은 속도가 많이 느리다. 그렇지만 스타링크를 보면 속도가 몇백메가 정도는 나온다. 우리가 5G라고 하지만 그렇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비즈니스에서 사용하려면 아직 부족한데, 위성에서 지상의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로 다이렉트로 내려온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스타링크에는 실제 기지국 기능을 넣었고, 향후 4만개 스타링크 위성을 쏜다고하니, 한 1~2년 후면 외국 나갈 때 로밍을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도 스타링크가 위성통신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주파수 처리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담당부처 검토가 막바지에 와 있고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는 스타링크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는 섬이 1만7000개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나라는 인터넷을 하려면 스타링크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스타링크에 행정편의 등을 봐주고 스타링크 서비스 가격을 싸게 들여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기지국, 네트워크가 워낙 잘 돼 있다. 스타링크 입장에서도 우리나라는 상징성 때문이지 시장성이 큰 나라는 아닌 셈이다. 다만 기업간거래(B2B)는 중요하다. HMM 등 해운사를 시작으로 6G가 상용화되면 도심항공교통(UAM)이나, 자율자동차, 로봇을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위성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위성 산업이라는게 뉴스페이스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사이버 보안이 필요하다. 통신 뿐 아니다. 스마트팩토리나 AI 발전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등이 많이 필요해지는데, 전력 문제나 환경 문제 등이 많다. 이 역시 우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스타십을 발사했는데, 이게 엄청나게 큰 화물선이다. 이 화물선에 기자재를 실어서 우주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우주의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지면, 우주는 영하 270도로 데이터센터의 과열 현상이 더는 문제되지 않게 된다. 우주에 만들어진 데이터센터 역시 배터리의 발전, 소형원자로의 설치, 태양열 배터리 등으로 해결 될 것으로 보인다. 또 AI 반도체의 목표는 저전력 반도체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의 엔비디아 독점도 깨지게 돼 있다. 엔비디아 제품은 게임용으로 만들어졌다. 엔비디아가 잘 나가는 이유는 GPU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AI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도구가 바로 엔비디아의 ‘쿠다(CUDA)’이기 때문이다. 쿠다로 만든 프로그램은 엔비디아 GPU에서만 돌아간다. 이 때문에 다들 엔비디아 GPU만 찾고, 생산량도 부족해 다들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법무부 등에서 이에 대해 반독점법을 적용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AT&T나 록펠러 등을 강제 분할 시킨 그 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에 익스플로어 끼어팔기가 제재 당하면서 구글이 성장하는데 발판이 되기도 했다. 애플도 앱스토어 외 앱 다운로드를 허용했고. 엔비디아에 대한 독점 조사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시장 수요에 비해서 엔비디아 GPU 칩은 공급도 되지 않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 암시장에서 1억원 가까이 한다고 한다. 우리 대학이 반도체학과를 만드는데 혈안이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예산 문제로 장비를 구비할 수도 없다. 지난 정부가 너무 보여주기식으로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을 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핵이나 미사일, 재래식 전력도 중요하지만, 러시아가 사이버전의 경험을 북한에 전수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위협이다. 러시아는 이미 사이버전을 실제로 수행한 경험을 갖춘 나라다. 우크라이나에서의 2년간의 경험이 라자루스 등 북한에 전수되면 북한의 사이버 전력이 훨씬 막강해질 것이다. 우리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사이버기본법을 비롯해 AI기본법 등을 22대 국회에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하지 않나. 기본법이 없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우리와 동맹국의 공급망을 교란한다면 경제산업부터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러북협력에 대한 견제에 공을 들였다.
▲이번에 대통령께서도 나토정상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오셨지만, 이러한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새로운 디지털냉전 시대에 중국을 디커플링시키지 않았나. 그렇다면 뜻을 함께하는 동맹 중에 제조능력을 갖춘 나라는 독일과 일본, 우리나라밖에 없다. 독일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너무 높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커서 나라 자체가 혼란스럽다. 일본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첨단기술에서 제조능력이 우리보다는 떨어진다. 그렇다면 남은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항만보안도 중요한데, 항만의 크레인 등 컨트롤타워는 중국 업체가 과점 상태다. 항만 크레인의 60% 이상, 미국은 80%를 중국의 특정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화웨이 사태 때처럼 보안 이슈가 발생할 있는데, 결국은 이게 조선업이라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안이다. 중국은 아시다시피 공산주의 국가다. 영장없이 정부가 제출을 요구하면 모든 정보를 내줘야 한다. 서버를 현지에 둔다고 해도 결국 백업은 어딘가에 해야 한다. 틱톡도 마찬가지고. 데이터센터가 안전한 곳에 있어도 기업인한테 공산당이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지않나.
-특보가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대통령을 보좌하는게 가장 큰 임무다. 대통령이 모든 업무를 다 할 수 없고 실장, 수석, 비서관이 보좌한다. 이분들 하고도 소통을 자주하고 있다. 맡은 업무 특성상 국가안보실 3차장실이나 과학기술수석실과 많이 만난다. 정책실장과도 자주 소통하며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과 같은 건데, 해외로 우리 돈이 자꾸 빠져나가게 두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문이 있다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사이버보안이 뒷받침 된 상태에서 신산업으로의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과학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동맹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고. 현대사회에서 혼자 만들고 혼자 판매하고 소비한다는 것은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역시 군사부문에 한정됐던 합동훈련을 사이버까지 확대하는 등 우리와의 협력을 넓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정리=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임종인 대통령사이버특별보좌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이버안보분야 기술·정책·디지털포렌식·암호학자다. 1986년부터 2022년까지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 겸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다 올해 1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사이버특보로 임명됐다. 2015년 청와대 안보특보 이후 두 번째 특보 임명이다.
2000년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2011년 사이버국방학과를 창설했다. 1990년정보보호학회와 2005년 디지털포렌식학회 발기멤버다. 양 학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대검찰청 디지털수사 자문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전자정부위원회위원로 활동했었다. 2012년 제1회 정보보호의날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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