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올라온 인공지능(AI) 관련 법안들을 보고 울뻔 했습니다. 대충 짜집기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구글러(구글 직원) 출신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추진했던 AI기본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AI 관련 법안도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지금 AI는 신호등 없는 강남역 사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완전히 좌충우돌하고 있다”며 “AI기본법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법안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AI 업계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때문에 누구보다 AI법안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오픈AI에서 최신 모델 ‘GPT-4o’를 출시하면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학습해 논란이 된 사례를 소개했다. 오픈AI를 둘러싼 안전성 문제가 계속 도마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AI 정책과 법안도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EU 진영에서는 AI를 사생활 보호 등 개인정보보호에 방점을 두고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시작됐고, 미국 진영에서는 산업을 진흥하는 쪽으로 무게를 뒀다”면서 “양쪽이 극과극으로 시작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은 서로 마주보며 비슷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6월에는 미국 상원에서도 유럽 수준의 법령이 나오기 시작했고, 향후 5~10년 뒤에는 결국 유럽과 미국의 AI 서비스간 호환성 때문에라도 법령 수준은 비슷해질 것”이라며 “후발주자인 만큼 이러한 부분의 고민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르면 8월초에 AI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AI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겠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은 늘 새로운 직군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기존 직군을 없애기도 한다”며 “하지만 없어지고 새로 생길때까지 ‘시차’가 생기는데, 격차가 벌어지고 난 뒤 손쓰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서 ‘R&D 예산 흔들기 방지법’도 발의했다. 정부 총지출의 5% 이상을 R&D 예산으로 편성하도록 하고, 긴축 재정으로 인해 R&D 예산을 축소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미리 보고해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다시는 이러한 R&D 예산이 급격하게 삭감되지 않도록 정부 예산과 ‘연동’시켰고, 국회 동의도 기재위가 아닌 관련 상임위인 과방위에서 하도록 했다”며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네이버 라인 사태를 비롯해 MBC 방문진 이사진 날치기 선임 등을 두고서도 정부와 여당을 날카롭게 비판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시절 ‘육상선수’를 할 때 만큼, 저돌적으로 달려든다는 평가를 국회에서 듣고 있다. 그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줄지어 동참하는 등 초선답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이 의원은 “일이 너무 쉬울때가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여의도문법에 익숙지 않지만 정치권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계산없이 스스로의 철학을 담아 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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