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학생들의 국민 가방 ‘란도셀’이 단순한 학교 가방이 아니라 일본의 문화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란도셀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지만, 사회적 규범을 잘 따르는 일본인들이 자녀를 위해 란도셀을 구입하면서 국민 책가방이 됐다는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사회를 묶는 책가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란도셀이 단순한 학교 가방이 아니라 일본 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규칙성과 일관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란도셀은 가방 상단의 덮개가 가방 아래까지 닿는 모양의 책가방으로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의 국민 책가방으로 불린다.
네덜란드의 군용 배낭인 란셀(ransel)에서 유래한 란도셀은 1885년 도쿄의 가쿠슈인 학교에서 처음 사용됐다. 당시 가쿠슈인은 황족과 화족 전용의 궁내성 산하 관립학교였다. 가쿠슈인에서는 하인 대신 초등학생들에게 직접 가방을 메도록 했는데, 1887년에는 훗날 다이쇼 일왕이 될 당시 황태자가 란도셀을 메고 다니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얻게 되었다. 실제 일본 전역으로 란도셀이 퍼져나간 것은 1955년 이후 고도경제성장시대가 열리면서부터라고 전해진다. NYT에 따르면 일본 역사가들은 그 후로 란도셀이 일본 학생들의 정체성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란도셀을 꼭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신학기가 되기 몇 개월 전부터 란도셀이 품절일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가격이 비싸 일본의 ‘등골 브레이커’ 제품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거의 모두가 란도셀을 구입한다. 지바공업대학 교육행정학과 조교수인 후쿠시마 쇼크는 “학교에 부피가 큰 란도셀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누가 강요하는 규칙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지키는 규칙”이라고 말했다. NHK는 “란도셀을 멘 학생들의 이미지는 일본에서 매우 흔하다”면서 “모든 어린이가 란도셀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어린이가 그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NYT는 “학생들이 란도셀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회적 규범이 강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위해 란도셀을 구매한다”면서 “란도셀은 약 150년 동안 일본 어린이들의 필수품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NYT는 “일본에서는 문화적 기대가 학교와 집에서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주입되고, 또래 압력이 어떤 특정 권위나 법만큼이나 강력한 역할을 한다”면서 란도셀 열풍이 일본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란도셀의 무게와 가격에 대한 지속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초등학생의 93.2%가 란도셀이 무겁다고 답변했다”면서 “초등학생 3명 중 1명은 이 때문에 통학을 꺼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3.5명 중 1명은 통학 중 어깨, 허리, 등에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들의 란도셀 증후군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한 란도셀은 하나당 가격이 수십만 원을 웃돈다. 일본에서 입학 아동이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란도셀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 초저출산 국가지만, 란도셀에 쓰는 금액은 오히려 늘고 있으며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란도셀 공업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입학한 초등학생들의 란도셀 평균 구입액은 5만8000엔(약 51만원)이었다. 장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이른바 ‘공방계’라 불리는 제품들은 소가죽이나 말가죽 등 고가의 재료를 사용해 가격이 19만엔(약 166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기조에서 아이 한 명에게 부모, 조부모, 친척 등이 아낌없이 지출에 나서면서 란도셀 평균 구입 금액이 올라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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