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대상이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된 상황에서 전액 지급된 만기환급금 중 정부지원금에 해당하는 일부 금액을 환수한 조치는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제9-2행정부는 원고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청년내일채움공제 중도 해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1심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A씨의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해지환급금 중 225만원을 환수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근속하면서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이 ‘자기부담금’, 정부가 ‘취업지원금’, 실시기업(중소기업)이 ‘기업기여금’ 등 공제금을 함께 적립하는 형태다.
A씨는 2018년 7월 중소기업이었던 B사에 입사하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 2년형에 가입해 2021년 2월 만기환급금 160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2021년 12월 21일 A씨는 이미 지급받은 만기환급금 중 일부인 정부지원금 5회차(225만원)분이 환수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B사가 정부지원금 5회차 지원 기간이었던 2020년 6월 11일 대기업으로 변경됐기 때문이었다.
이는 2020년 6월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여파였다. 개정안은 중소기업 범위에서 제외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범위를 기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정부 지원을 받던 중소기업 일부가 대기업으로 변경되며 혜택 대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 재결을 받았고,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청년내일채움공제 중도 해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은 A씨의 승소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잘못이 있다”며 A씨에 대한 만기환급금 환수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이 공제 시행 지침에 따르면 중도 해지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정부 지원금 중 기업 기여금 등은 전액 환수 조치해야 했지만, 피고도 만기 이후에서야 중도해지 사유가 있었음을 뒤늦게 발견하고 일부 지원금만을 환수 조치했다”며 “이 점에 비춰보면 피고는 재량에 따라 환수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보이며, 잘못 지급한 정부지원금을 반드시 환수해야 할 사정이나 당위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의 환수 조치가 원고가 공제 만기환급금을 지급받기 위해 가입 기간 이직 기회를 포기했던 사익이나 환급금을 적법하게 수령할 것이라는 원고의 신뢰를 상실시키는 것을 정당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금의 재원은 정부 출연으로 설치·운용되는 성과보상기금으로, 제도 취지와 목적 등에 비춰볼 때 재정건전성이 충실히 확보돼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련 법령과 시행 지침에 따라 과도하게 지급된 지원금은 당연히 국고에 환수돼야 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또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1년 7월 21일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 지침을 개정해 ‘공제 실시기업이 대기업으로 변경되는 경우’를 공제 계약 재가입 사유로 추가하고 청년이 ‘공제유지’ 혹은 ‘중도해지 후 재가입’을 선택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했으며, 원고와 같은 경우에도 이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전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 지침을 적용하면 A씨는 공제 계약 중도해지만 가능했다. 이 경우 A씨는 4회차까지 적립된 취업지원금(675만원) 중 50%에 해당하는 337만5000원과 자기부담금 300만원 등 총 637만5000원(원금 기준)만 지급받을 수 있었다. 반면 개정된 시행 지침을 적용하면서 A씨는 ‘공제계약 유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원금 기준 총 1280만원(자기부담금 300만원+취업지원금 675만원+기업기여금 305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개정 후 시행 지침을 적용해 원고는 개정 전 지침에 비해 약 2.9배에 달하는 해지환급금을 더 받게 됐고, 이는 공제 제도의 취지는 살리면서 원고의 신뢰를 보호하는 조치로 평가된다”며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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