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와 한국어 능력, 아동 돌봄 지식을 갖춘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도입이 본격화된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3주간 신청을 받는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만 도입되는 시범사업이어서 만 12세 이하 아동이나 출산 예정인 임신부가 있는 가구에 우선 배정된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16일 그동안 추진해 온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에 적용되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내국인 돌봄 인력이 꾸준히 줄어들고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외국인력을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고용부가 협업해 추진돼 왔다. 내국인 사가근로자는 지난해 10만5000명으로, 연 평균 1만3000명씩 감소하고 있다. 50대 이상이 92.3%일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한국의 가정에 입주해 살지 않고 별도의 숙소에서 출퇴근하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가정이 아닌 ‘가사근로자법’에 따른 정부 인증 서비스 제공 기관이 직접 고용한다.
입국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780시간 이상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돌봄(caregiver) 자격증 소지자 중에서 선발했다. 연령은 만 24~38세이며, 한국어시험(EPS-TOPIK)과 영어 면접을 통과했다. 정신질환과 범죄 이력 유무도 검증했다.
선발된 100명은 세종학당 등과 연계해 한국어·한국문화 등 45시간 동안 입국 전 취업교육을 받고 있다. 8월 중 입국해 4주간 아이돌봄, 산업안전, 성희롱 예방, 국내 생활 적응 등의 교육을 받는다. 가정 내 안전 교육도 3일 이상 추가로 받는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국내 생활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전용 공동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숙소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고, 도우미가 상주한다. 돌봄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폭행·성희롱이 발생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하며, 서비스 이용 대상에서 영구 배제한다는 점을 안내할 예정이다.
돌봄 서비스는 9월 초부터 제공된다. 신청자 중 한부모, 다자녀, 맞벌이, 임신부가 있는 가정 순으로 선발하고, 자녀 연령과 이용 기간도 고려한다. 소득에 관계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 기간은 9월 초부터 2월 말까지 6개월 간이다.
서비스 이용 가정은 풀타임(1일 8시간)이나 파트타임(1일 4시간 또는 6시간)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평일 중 이용 가능한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다.
서비스 이용 요금은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제로마진’ 수준으로 책정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최저임금(시급 9860원)을 적용받으며, 여기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최소한의 간접비용이 더해진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1일 4시간 이용하는 가정은 월 119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공공 아이돌보미 시간제 종합형(돌봄+가사) 요금(월 131만원), 미간 가사관리사(월 152만원)보다 저렴하다. 풀타임으로 이용하려면 월 200만원이 넘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 신청은 ‘대리주부’(홈스토리생활) 또는 ‘돌봄플러스’(휴브리스) 앱에서 할 수 있다. 회원 가입 후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클릭하면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향후 본사업 때에는 이용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바우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내년 상반기에 12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E-9 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외에 법무부는 국내 체류 인력이 가정과 직접 계약을 맺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범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F-3 비자), 외국인 유학생(D-2) 비자를 가진 인력이 대상이다. 이 사업은 9월쯤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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