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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방탄 논란’,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다 [기자수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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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재명 수사하던 검사 탄핵안 발의

수사와 재판 차질 주려는 목적 뻔하고

尹, 김건희 연루 의혹 ‘채상병 특검법’

잇따른 거부권 행사…역공 빌미만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둘러싼 방탄 공방에 한창이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던 검사 탄핵 추진에 이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까지 예고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10일 당대표 연임을 공식화 한 출마회견에서 “또 다른 칼날이 나를 향한다고 해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칼날’은 검찰의 수사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는 현재 총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연임을 하더라도 당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오는 10월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나올 경우 의원직 상실은 물론, 차기 대권 도전도 좌절된다.

“칼날을 피하지 않겠다”던 이 전 대표의 다짐은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해 스스로 혐의를 벗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자신을 수사하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자신을 지키겠다는 거대 야당 뒤에 숨어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외친 꼴이 됐다.

향후 검사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수사 업무가 즉시 정지된다. 이 전 대표 수사와 재판에 차질을 주려는 목적이 훤히 보이는데 탄핵 사유도 불분명한 ‘비위검찰’, 이 전 대표를 수사한단 이유로 ‘정치검찰’ 프레임을 걸어 여론을 선동하는 것이다.

이 전 대표 방탄 논란에 윤 대통령도 당당할 순 없다. 국민들의 70%가 찬성하는 ‘채상병 특검법’을 두 차례 거부하면서다. 거부권 행사 근거도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첫 번째는 수사당국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내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두 번째 거부권은 경찰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한 뒤 곧장 이튿날 행사했다.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한 경북경찰청의 수사결과 발표가 비공개로 이뤄졌다는 점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대통령 본인과 부인인 김 여사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축소·외압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민주당이 특검으로 진상 규명하자는 요구를 묵살했다는 역공의 빌미까지 제공했다.

특히 지난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특검을 왜 거부하냐. 죄를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며 당당히 말했던 것을 스스로 뒤집어 야당 대표의 방탄 논란을 대통령이 나눠 갖는 촌극을 초래했다. 대권주자 시절 이구동성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외치던 두 사람이 지금은 ‘방탄 라이벌’로 전락한 모양새다.

극한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방탄 논란이 대한민국 정치사에 어떻게 기록될 지는 뻔하다. ‘대한민국 정치는 후진국’이란 오명을 면치 못하는 촌극이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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