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0%에 가까운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2분기 GDP가 예상을 웃돌면 금리 인하를 할 명분이 약해지고, 예상을 밑돈다면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들은 오는 25일 발표되는 우리나라 2분기 성장률이 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IBK투자증권은 ‘IBKS Economy Monitor’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1~0.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보다 낮은 0%로 내다봤다. 이는 GDP가 역성장했던 2022년 4분기(-0.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 국내외 금융기관, 韓 2분기 성장률 0% 안팎 추정
2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0% 초반으로 낮아진 것은 ‘깜짝 성장’ 했던 1분기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1분기에는 시장 예상치(0.6%)를 웃도는 1.3% 성장률을 기록했으므로, 2분기에 더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기업의 체감경기나 내수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줬다.
관건은 2분기 성장률이 0% 밑으로 떨어질지 여부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하방압력을 더욱 크게 보고 마이너스 성장을 주장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일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1%로 전망했다. 6월 초 제시한 전망치 0.16%에서 0.17%포인트(p) 낮춘 것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지난 5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2분기 성장률을 -0.1%로 추정했다.
두 기관이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제시한 것은 산업생산과 내수 부진 때문이다.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연율 8.1%) 감소해 6월 초 예상했던 성장률(전기비 0.2%·전년동월대비 2.2% 증가)을 크게 하회했다. 또 1분기에 소비·건설투자가 호조를 보였던 기저효과로 2분기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플러스 성장을 주장하는 쪽은 수출 증가세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수출-수입)는 8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45개월 만에 최대 실적이다. 한국의 GDP 대비 수출입 비율이 80% 수준(세계은행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 증가는 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IB은행을 대상으로 집계한 우리나라의 2분기 성장률은 0.1%였다. 다수 은행이 플러스 성장을 예상했지만, 씨티은행(-0.1%)과 스탠다드차타드(-0.1%), HSBC(-0.2%) 등 일부 은행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 성장률 예상 웃돌면 금리 인하 지연될 수도
2분기 GDP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다.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고 금리 수준을 정하는데, 이 과정에 경기상황도 고려한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총수요가 늘어나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 부진이 예상되면 금리를 낮추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높이는 긴축적 정책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그간 물가를 끌어올렸던 공급 측 상방 압력이 해소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기록하자, 수요 측 요인인 경기상황과 한은의 정책목표인 금융안정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 측면에서는 예상을 웃돈 1분기 GDP 성장률이 금리 인하 명분을 약화시켰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아직까지는 두 요인 중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둔화하던 증가율이 최근 급증하면서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대비 5조3415억원(0.76%) 오른 708조5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였다.
그러나 GDP 성장률도 주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1분기 GDP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3%로 집계된 4월 말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한 바 있다. 4월 중순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 직후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이 어떻게 바뀔지에 따라 하반기 물가를 다시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은은 환율과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추이를 통화정책 결정의 중요한 지표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이 세 지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여기에 더해 2분기 GDP까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5월 한은이 제시한 수정경제전망에 따르면 연간 소비 증가율은 1.8%에 불과해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더라도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론적으로는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뛰어넘으면 물가 상방 압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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