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HBM(고대역폭메모리)’ 성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규모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기본급의 최대 75%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반면, HBM 시장 강자인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150%’ 지급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다. 양사의 성과급 지급률이 2배 가량 차이가 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선 경쟁사와 성과급 책정 방식을 비교하며 불만을 갖는 등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해 성과급 지급 규모도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달 초 사내 공지를 통해 기본급의 최대 75%를 성과급으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하반기 6개월마다 TAI(목표달성장려금)를 지급하는데, 지난해 하반기엔 적자 누적으로 메모리 12.5%,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는 0%로 책정했다. 올해 상반기엔 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성과급 지급률이 크게 상승했다. 사업부별로 메모리는 75%, 파운드리·시스템LSI는 37.5%를 받는다.
SK하이닉스도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PI(생산성 격려금)를 지급하는데, 올해 2분기 역대급 영업익 전망에 따라 성과급 규모도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생산량 목표치와 영업이익률을 지표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현재 생산량 목표치는 이미 달성한 상태로, 영업이익률이 30%를 초과할 경우 기본급의 150%를 받을 수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익이 5조~6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이 30%를 초과할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SK하이닉스는 AI반도체 업계 ‘큰 손’인 엔비디아를 주 고객사로 두는 등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큰 폭의 실적 상승을 이뤘다.
SK하이닉스의 PI 지급 기준은 생산량 목표 달성시 기본급 150%(영업이익률 30% 초과), 기본급 125%(영업이익률 15~30%), 기본급 100%(영업이익률 0~15%), 기본급50%(영업이익률 -10~0%), 0%(영업이익률 -10% 미만) 등이다.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지급률 공지가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선 경쟁사 성과급 규모를 곁눈질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DS부문은 TAI 제도를 도입한 2015년 이후 줄곧 최대 수준인 기본급 100%를 받아왔지만, 반도체 불황으로 2022년 하반기 50%, 지난해 상반기 25%, 하반기 12.5%로 급감하면서 내부 불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얼마인지 궁금하다”며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를 비판하는 글도 수시로 올라온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자체 공식 대신 영업익을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변경해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선 이같은 삼성전자의 내부 동요가 전례 없는 파업과 이직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익명의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를 인용해 “HBM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파운드리에선 대만 TSMC를 따라잡지 못해 내부 분위기가 어둡다”며 “SK하이닉스에 비해 안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전반적으로 급여에 불만족하는 분위기이다.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나 경쟁사로 갈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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