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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으로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방위산업 관련주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세계 각국의 방위비가 크게 늘어 K방산의 또 다른 기회가 열리면서 다시 한 번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뜨거워지는 K방산 붐에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독 혼자 주가가 떨어지는 방산업체가 있어 주식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국내에서 유일의 항공기 플랫폼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현 정부 들어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직후 주가가 떨어지고 있어 KAI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거세다.
주가 하락세의 시작은 현 정부 출범과 괘를 같이 하는 현 강구영 사장(예비역 공군 중장)의 대표이사 취임(2022년 9월 6일)부터다. 현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예비역 육군 중장)과 함께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군인 모임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에서 공동 운영위원장을 지내 대표이사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두 사람은 합동참모본부에서 작전본부장과 군사지원본부장으로 함께 일했다.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우크라이나에게 우리 정부가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산업체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보였다. 탄약 생산업체인 풍산의 경우에는 1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방산 5대주 중 하나인 KAI의 주가만은 반대로 우향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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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장의 취임을 기준점으로 지난 2년 간 방산주 추이를 보면 KAI 주가의 하락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방상산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만5400원에서 15일(종가 기준)에 26만4500원으로 17만9500원이나 치솟았다. 주가가 210%나 급등했다. LIG넥스원도 같은 기간 10만9000원에서 23만3000원으로 12만4000원이 상승해 113%나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앞선 두 업체 보다는 작지만 2만9900원에서 4만2950원으로 1만3050원(43%↑)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가총액은 13조 원을 넘어 방산대장주로 등극했다. 같은 기간 K2흑표전차를 수출하는 현대로템도 2만 원대였던 주가가 4만 원대로 상승하며 시가총액은 4조 원대로 올랐다. 무엇보다 최근 아랍에미레이트(UAE)·사우디아라비아에 연이어 천궁-Ⅱ 수출에 성공한 LIG넥스원도 10만 원대 주가가 20만 원을 넘어서 현대로템과 많은 시가총액 5조 원 클럽에 들어갔다.
반면 KAI는 강 사장 취임 이후 주가가 6만2000원에서 4만9300원으로 20% 가량 하락하며 4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다른 방산업체와 달리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 사장 이후 진행된 UAE와의 MC-X(다목적 수송기) 공동개발과 UAE 및 이라크 수리온 헬기 수출도 1년 넘게 답보 상태다. 지난 5월말에는 모하메드 UAE 대통령 방한 시 UAE와의 수리온 수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계약 없이 돌아갔다. 이런 탓에 시가총액 6조 원에서 4조 원대로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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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가 추락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강 사장 취임 이후 인사 문제로 내부 불만이 끊이지 않아 KAI에 대한 신뢰도 하락를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6월말 여직원 한모씨의 미국 워싱턴 D.C. 주재원 발령을 두고 내부가 매우 시끄럽다. 주재원 공모 절차를 안 거친 것은 물론 남편은 배모씨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전 행정관이라 청탁 의혹이 높다는 지적이다.
블라이어드하이어에 올라온 글을 보면 남편 배씨가 지난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행정관직 사표를 내고 나올쯤 인재개발에서 근무 중인 한씨가 갑자기 미주수출팀으로 부서를 이동해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얼마 후 미국 워싱턴 D.C 주재원으로 발령나면서 남편 배씨의 청탁이 받아들여 것이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경력직 전문 채용 플랫폼 ‘블라인드하이어’에서는 KAI 경영진에 대한 성토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산업계는 이 같은 내부 비판은 공사 출신 낙하산 CEO가 임명되면서 예정된 분란이라는 시각이 높다. 실제 강 사장 취임 이후 전체 임원의 절반 이상을 해임하고 KAI의 중요 직위에 공군 출신 등의 측근을 대거 기용했다. 우선 전무급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경영관리본부장에 예비역 공군 준장인 박모씨(공사 36기)를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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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문위원으로 먼저 입사한 문모씨는 공사 동기인 박씨가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오면서 실장급으로 승진했다. 역시 박씨의 공사 동기인 김모씨는 스페인어도 미숙한데도 페루 주재원으로 선발돼 나갔다. 게다가 기존 직원 혼자하던 업무임에도 현지 직원 1명을 채용하면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됐다.
또 다른 공군 출신 인사로 이라크 CLS사업 단장 백모씨는 갑질 논란으로 언론의 질타까지 받았다. 이라크 현지에서 직원에게 술잔을 던지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 당하면서 결국 1개월 감급의 징계를 받았다. 백씨 역시 경영관리본부장 박씨의 공사 동기다.
또 박씨가 경영관리본부장에 취임하고 2022년 말부터 2023년 하반기까지 1000억 원대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드러나 재무 전문가가 아닌 CEO와 같은 공군 출신의 임명에 따른 예정된 사고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인사위원회도 생략하고 가장 가벼운 구두 경고로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던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낙하산 CEO로 오면서 내부 분란은 예고된 것”이라며 “KAI는 정권 교체될 때 사장 교체를 비롯해 내 부 인사문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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