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DJ 정신’ 소환하며
호남 김대중 생가 방문하고
“지금 정치 제자리 찾아야”
역점 정책 ‘RE100’ 총력도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당대명(당연히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또 한 차례 당권 장악을 시도하며, 이를 계기로 대권 가도를 닦는 작업을 본격화했는데, 동시에 유일한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로 여겨지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장외’에서 도드라진 행보를 과시하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대권 가도를 위한 추진력 확보에 나섰다면, 반대쪽에선 김동연 지사가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입증하는 중이다. 지난 4·10 총선을 거치며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들이 대부분 생환하지 못했고 운신의 폭 또한 좁아진 상태다. 하지만 김 지사는 진영 논리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광폭행보’에 돌입했다.
김 지사는 지난주 당의 텃밭인 호남을 찾았는데, 이는 취임 후에만 9번째이며 올해 들어서는 세 번째 방문이다. 김 지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에 방문에 이어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해병대원 채모 상병의 묘역, 천안함 46 용사 묘역 등을 찾는 등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지속했다. 김 지사의 행보와 맞물려 최근 경기도정 관련 인선이 ‘친문’의 결집이라는 해석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신안군 하의도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후 SNS에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 중 ‘나는 국민을 섬기는 참다운 민주주의가 아니면 국민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정치가 제자리를 찾으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돌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는 문구를 적었다.
이어 김 지사는 “정치만 제자리를 찾으면 나라와 국민의 근심은 다 사라지는 걸까. 감히 나는 ‘네’라고 답하겠다고 했다”라며 “지금 정치가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해야만 다시 민주·민생·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일하며 김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운 인연을 가지고 있다. 김 지사의 방문은 올해가 김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한 달 여 뒤면 서거 15주기를 맞는 시기에 맞춰 이뤄졌다. 2022년 4월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신분이었을 때의 첫 공식 행보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였다. 당시에도 김 지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져 온 민주당 정신을 계승해 공정하고 번영하는 경기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연일 ‘김대중 정신’을 소환했다.
경기도로 돌아오던 길인 지난 13일에는 국립대전현충현을 찾은 뒤 SNS를 통해 “채상병 순직 1주기가 다가온다. 모든 것이 멈추어 있던 1년”이라며 “밝혀진 것이 없고, 누구 하나 사과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스무 살, 젊은 해병의 묘소 앞에서 굳게 다짐했다”라고 했다.
또 김 지사는 천안함 46 용사와 한주호 준위, 제2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을 찾은 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의 이유”라고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인 전해철 전 의원이 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되고, 강민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비명계가 경기도 정무라인에도 속속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지난달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을 만나 “이제 임기 전반기를 마치는데 경기도를 위해 힘을 보태줄 분들이 많이 오시게 하는 과정일 뿐 특별한 정치세력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다만 김 지사는 지난 7일 보도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며 “‘지사를 더 할 거냐, 대권 나갈 거냐’ 하는 것은 국민의 부름에 대한 내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잘 판단해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전 대표와 차별화 전략에 대해선 “굳이 이 전 대표를 의식해서 차별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내 갈 길을 뚜벅뚜벅 갈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와 김 지사는 20대 대선 과정 초반 경쟁자로서 서로를 마주했으나, 2022년 3월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면서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불리던 김 지사는 ‘새로운 물결’을 창당했으나, 이 전 대표와 ‘정치교체’를 약속함에 따라 민주당에 입당, 민주당 당적을 가지게 됐다.
대북송금 자료 제출 여부 놓고
친명 강성 의원들과 신경전에
경기도청 앞 ‘참교육 집회’까지
견제 속에도 여의도까지 종횡무진
김 지사가 이 전 대표에 대항할 유일한 ‘비명계’ 인사로 여겨짐에 따라, 친명 강성 의원들 사이에선 그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노골적 반감도 표출하고 있다.
양문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경기도가 국민의힘 의원뿐만 아니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변호인의 자료 제공 요청도 공정하게 거절한 것을 빌미로 “‘정치적 악용 소지’라는 천부당만부당한 변명을 앞세워 자료제공을 거부하는 것에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다”며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신의 작고 소소한 정치적 이득보다 옳고 그름,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먼저 헤아리는 정의로운 기준을 기대한다”라고 윽박 질렀다.
쌍방울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지난달 7일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양문석 의원에 앞서선 민형배 의원이 “(경기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검찰을 돕는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민 의원은 “이른바 ‘쌍방울 사건’은 이재명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다.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매도했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 FC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외에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경기도청 앞에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김 지사에 대한 규탄 구호를 이어가는 등 일명 ‘참교육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대북자료 지금 당장 공개하라’ ‘김동연 각성하라’ ‘타락한 정치판사 out’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 지사에 대한 참교육 집회 과정은 3시간가량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런 가운데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정뿐 아니라 여의도에서도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경기도의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것) 3법’ 제·개정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반도체 특별법에도 막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3일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서도 “돈 버는 도지사로서 경제와 시장을 우리 진보가 가장 유능하게 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경제 활성화, 경제 외교에 주력을 하고 있다”며 “이런 데 맞춰서 첫 번째는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당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금 윤석열 정부는 기후변화에 후행적이고 퇴행적으로 가고 있다. 경기도가 경기 RE100을 선언했고 대한민국이 이와 같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산업과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같은 달 20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반도체 특별법과 RE100 3법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지사는 1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리는 글로벌 RE100 대응 토론회에도 참석한다. 토론회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 속에 한국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경기도와 국회의원 연구단체가 마련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