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창업자들이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설립·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 선정되고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발된 외국인들의 비자 발급이 지연되거나 사업 진행과정을 제대로 소개받지 못해서다. 정착을 위한 후속지원도 부족해 프로그램 종료 후 국내에서 사업을 유지하는 비중도 절반에 그쳤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전문·숙련 외국인력 유치 정책 및 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프로그램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매년 60개의 외국인 창업팀을 선발했다. 그러나 실제 프로그램이 지원한 외국인 창업팀은 2020년 55개, 2021년 54개, 2022년 51개, 2023년 49개로 60개에 미치지 못했고, 규모도 줄어들었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는 외국인 창업자가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발된 팀에는 팀당 1200여만원의 정착지원금과 15주간의 보육 프로그램, 비자 발급·갱신 등 국내 정착을 지원한다. 중기부는 2020년부터 인바운드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매년 60억원을 고정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선발이 되고서도 심사·보육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가 비자발급이나 정착지원금 지급 관련 행정적 어려움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인도 창업자들이 국내 단기방문(C-3) 비자 발급 지연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했다. 정착지원금 지급 시기를 오해해 참가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비자발급이나 지원금 지급 시기 관련 충분한 안내만 있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유들”이라고 꼬집었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운영과 관련 국내 정착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도 국내 법인 설립 등 실질적인 인바운드 창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절반에 그쳐서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가 시범적으로 진행되던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프로그램을 거쳐간 팀은 409개였다. 그러나 이들 중 국내 법인을 설립한 경우는 195개로 47.7%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지원을 받고도 사업을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외국인 창업가들은 프로그램이 창업팀 선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20년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한 프랑스 스타트업 대표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만 했다”며 사업화자금 제공 이상의 지원은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보육기관 한 관계자는 “정착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상담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대표들이 업무공간에만 고립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도 정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을 통해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창업자의 국내 안착·성장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올해는 선발 기업 수를 애초에 40개사로 줄이고, 우수기업 20개사를 후속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후속지원 기간이 내년(차년도) 1~4월까지에 그쳐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외국어가 공용어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창업자가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며 “인바운드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사업화 지원만큼 이들이 한국에 안착할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기획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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