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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50일이 다 돼 가지만 여야 간 출구 없는 정쟁에 개원식이 1987년 개헌 이후 최장 기간 연기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검과 탄핵 등을 둘러싼 극한 대치로 한 차례 연기된 개원식은 15일에도 불발돼 사상 처음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야의 일방 독주 속에 국회가 정쟁에 파묻혀 여야가 앞장서 ‘민생 법안’으로 내건 법안들도 각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며 표류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예정된 개원식은 여야 합의 불발로 개최가 무산됐다. 당초 22대 국회 개원식은 5일 열 예정이었으나 야당이 4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하자 여당이 개원식 보이콧을 선언해 연기됐다. 제헌절 이전에는 개원식을 열 수 있지 않겠냐는 정치권의 관측이 무색하게 이날도 여야는 개원식 불발 책임을 두고 날 선 공방만 주고 받았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부터 민주당이 일방 독주로 가는 상황에서 개원식이 되겠느냐”며 “모든 의사일정이 파행되는 책임은 야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에 “(개원식이 더 늦춰지더라도) 18일 본회의가 어렵다면 25일에는 꼭 소집해야 한다” 며 여당과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의사 일정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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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원식이 열리지 못해 22대 국회는 1987년 개헌 이후 개원식 최장 지연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전까지 가장 늦은 개원식은 임기 시작 이후 48일 만인 2020년 7월 16일 진행된 21대 국회였다.
여야가 이른 시일 내 극적으로 의사 일정에 합의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다는 분석이다.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과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 검사 탄핵안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는 데다 어느 하나 여야 간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개원식이 아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야 관계를 중재해야 할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수록 의장이 나서 적절한 합의점을 제시하고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우 의장은 “여야 합의를 기다린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개원식이 계속 지연돼 의장의 부담도 크지만 지금으로서는 여야 합의를 강제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지 않느냐”며 “쟁점 이슈나 법안을 둘러싼 갈등 구조가 완화되는 시점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개원과 동시에 민생을 앞세워 쏟아낸 법안들은 제대로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다수 상임위가 소위원회 구성을 마치지 못했고 법제사법위원회·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등 간사 선임도 하지 못한 상임위도 있다.
상정되지 못한 법안 중에는 여야가 공통으로 발의한 법안들도 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를 담은 ‘K칩스법’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지원 근거를 담은 ‘AI 기본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 법안은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담고 있어 처리 시기를 놓치면 국가 산업 경쟁력 악화로 직결될 우려가 크다. 이밖에 각당에서 당론으로 추진 중인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과 ‘가맹사업법(민주당)’ ‘정부조직법(민주당)’ ‘생명공학육성법(국민의힘)’ 등에 대한 논의 역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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