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고령이 되더라도 더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기존보다 불리하게 변경하기 어렵게 한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나왔다. 한국은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므로 계속고용을 활성화하려면 임금 체계를 직무 기반으로 바꿔야 하는데, 현재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해 어렵다는 이유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직무 기반 임금 체계인 유럽에서는 고용이 보호되지만 근속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최소한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금지 조항을 변경해 임금체계 개편을 순탄하게 지원하고 고용안정과 계속고용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노조의 의견을,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덜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노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연공급제(호봉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면 기업이 근속연수가 긴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더라도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전환이 쉽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는 게 성 부원장 주장이다.
성 부원장은 출산율을 높이려면 유연근로를 확산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여성이 유연 근무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면서 “선진국이 되면 자연스럽게 여성 고용과 출산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분석’이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은 AI 특허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국내 일자리 중 341만개(12%)는 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고소득·고학력 근로자일수록 위험이 더 크다. AI가 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오 팀장은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대체 논의를 벗어나 AI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고용 재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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