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히토시 쿠니나카 일본 JAXA(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ISAS(우주과학연구소) 소장
올해 세계 5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경량 화성 탐사로봇 개발, 소행성 탐사 등을 내세워 ‘차별화’된 우주 과학 기술 개발에 나선다. 한국과는 인공위성 배치 설계에 중점을 둔 ‘우주 안테나’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히토시 쿠니나카 일본 JAXA 우주과학연구소(ISAS) 소장은 15일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에 참석한 후 인터뷰를 통해 “한국 우주청 개청으로 JAXA가 한국과 향후 우주 과학·탐사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비쳤다.
ISAS는 JAXA가 설립되기 훨씬 이전인 1964년,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설립된 우주 과학 연구기관이다. 일본이 2003년 ISAS, 일본우주개발기구(NASDA), 일본우주연구소(NAL)을 통합해 JAXA를 설립하면서 JAXA 산하 연구소가 됐다. 현재 JAXA 내에서 우주 과학 임무를 전담한다.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HAYABUSA)’, 일본을 세계 5번째 달 착륙 국가로 만든 달 탐사선 ‘슬림(SLIM)’ 개발을 주도했다.
달 탐사선 ‘슬림(SLIM)’은 올해 1월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다. 특히 목표 착륙 지점을 설정해 오차 거리 100미터(m) 내로 정확히 착륙하는 ‘핀포인트(pin-point)’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착륙 과정에서 미끄러지며 전력 충전에 문제가 생겼지만, 쿠니나카 소장은 “성공적인 미션”이라고 평가했다. 목표 지점에서 55미터(m) 오차 거리에 착륙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쿠니나카 소장은 “JAXA의 다음 단계는 화성 탐사”라고 말했다. 그는 “크기가 작고 가벼워 이동이 편한 형태의 ‘곤충형’ 화성 탐사로봇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퍼서비어런스’ 등 NASA가 기존 개발한 대형 화성 탐사로봇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로 대표되는 소행성 탐사에도 집중한다. JAXA는 2020년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암석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쿠니나카 소장은 “소행성 탐사는 (우주 탐사 선발주자인) NASA가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라며 “소위 ‘마이너’ 분야로 분류됐던 소행성 탐사에 집중한 덕분에 이 분야에서 지속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과는 ‘우주안테나’ 분야 협력… ‘L4 탐사’ 계획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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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나카 소장은 이어 “한국과 일본은 인공위성 수신용 안테나를 공동 활용하는 등 우주과학 분야에서 긴밀히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쏘아 올릴 인공위성의 배치도를 좀 더 상세히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에서 약 100만개 이상의 인공위성이 추가 발사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지구 저궤도에서의 위성 간 충돌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COSPAR 2024 개막식을 앞두고 한국우주청과 만난 고위급 양자 회담에선 ‘제4 라그랑주(L4) 탐사’에 대한 내용을 공유받았다고 전했다.
L4 탐사는 존 리 우주청 항공 임무 본부장이 ‘선도형 우주 프로젝트’로 제안한 프로젝트다. L4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존재하는 ‘안정 지대’로, 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중력이 0에 가까워지는 다섯 군데 지점을 뜻한다. 이 중에서도 L4는 ‘완전 평형점’으로, 떠돌이 소행성들이 다수 모여있다. 지금까지 L4에 탐사선을 보낸 국가는 없다.
쿠니나카 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L4 탐사의 구체적 계획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본에도 L4 탐사 계획을 공유하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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