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노동당국이 콜센터 상담원 교육생이 ‘개인사업자’(프리랜서)가 아니라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3.3%의 사업소득세를 지불하는 개인사업자로 위장시키는 업계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한 콜센터 업체에 올해 1월 2일부터 같은 달 15일까지 교육기간에 근무한 노동자 허모씨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차액을 지급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진정인 허씨는 열흘간 콜센터 상담원이 되기 위한 하루 7시간 교육을 받았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당 3만원만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교육생들은 ‘교육 완료 후 입사처리가 안 되면 교육을 수료해도 교육비 미지급에 동의한다’, ‘교육 기간은 채용 전 기간이므로 근속기간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교육확인서에도 서명을 해야 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0년 ‘교육의 성격이 채용을 전제하지 않은 업무 적격성 평가일 경우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행정해석이 나온 이후 콜센터 교육생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왔다.
허씨 또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교육확인서에 따라 아직 입사가 확정되지 않은 개인사업자에 해당돼 열흘간의 일당 30만원에서 사업소득세 3.3%를 뗀 29만100원을 받았다.
이에 허씨는 지난 3월 부천지청에 콜센터 교육생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라며 최저임금을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부천지청의 시정지시 명령 판단이 나오면서 24년 만에 콜센터 교육생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부천지청은 허씨가 받은 10일간의 교육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직무교육의 성격이 있어 근로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사업주가 최저임금 이상을 줘야 한다고 결론냈다.
시정지시를 받은 콜센터 업체는 곧바로 허씨에게 미지급한 임금 차액 56만8476원을 송금했다.
이번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의 시정지시 명령을 두고 노동계는 행정해석의 오남용 관행에 현혹되지 않고,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사실우선의 원칙하에 실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부천지청의 사례를 시작으로 계약서 명칭과 같은 형식에 집중하거나 기본권 포기 각서 작성 여부에 관계없이 노동 실질에 주목하는 판단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허씨는 “콜센터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디지 못한 근로자의 초기 퇴사율이 높다. ‘교육비’는 이들에게 지급할 임금을 줄이기 위해 업계가 고안해 낸 꼼수”라며 “콜센터 업체들은 상담사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씨의 노동청 진정 사건을 대리한 하은성 노무사는 “콜센터 교육생의 교육비는 임금이 아니라는 업계 관행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관계에 근거해 판단한 부천지청의 용단에 환영한다”며 “이번 사건이 고용노동부 노동자성 판단의 기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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