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증가한 신고 대비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관련법 시행 이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취하되거나 기타 처리된 사건은 86.6%에 달했다. 반면 과태료 부과 비율은 1.3%, 검찰송치 비율은 1.8%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노동청 사건 접수 이후 ‘부당행정’을 경험했다는 제보 유형은 △사건처리 지연 △근로감독관에 의한 인권침해 △소극적·형식적 조사 △불합리한 판단 등이다.
노동청 사건처리 지침과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노동청에 신고된 고소, 고발 범죄인지 사건 외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최대 5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신고인 동의를 받을 경우 연장가능하다.
하지만 한 제보자는 “욕설 등 직장 내 괴롭힘의 명백한 증거자료나 가해자의 괴롭힘 발언 내용이 정확히 녹음된 자료가 있었음에도 진정인이 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 대기발령 구제신청의 결과를 보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결국 판단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호소했다.
근로감독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에는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에게 ‘조사의 전문성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며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할 것’, ‘근로감독관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이 무색하게 근로감독관의 진정인에 대한 부적절한 언사 및 행동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감독관이 사내 신고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찾아온 신고인들에게 ‘바빠서 자료를 못 봤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거나, 비아냥대는 등 부적절한 태도로 조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신고 취하를 강요하는 근로감독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결과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사건 중 31%의 사건이 취하되고 있었다.
조사 태도뿐만이 아니라 조사 장소와 관련한 제보도 접수됐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상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의무적으로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대다수의 노동청은 ‘업무공간 협소’를 핑계로 괴롭힘 사건을 타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개된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임에도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은 사용자 괴롭힘 사건임에도 사업장에 조사를 돌려보내거나 근로감독관이 지극히 형식적 수준의 조사만 진행한 뒤 회사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결론을 짓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 초기인 지난 2019년 7월 마련했던 사건 처리 지침에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일 경우 근로감독관이 진정인, 피진정인,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하도록 돼 있다.
불합리한 판단도 문제로 꼽혔다. 노동청이 사건의 객관적 실체가 아닌 행위자의 의도를 판단 기준으로 정하거나 반복성이 없으면 괴롭힘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직장갑질119는 부당행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담 근로감독관 충원을 제안했다. 직장갑질119가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근로감독관 증원 추세’를 보면 근로감독관 충원율 자체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원은 지난 2019년 2213명에서 올해 3월 2260명으로 2.1%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이들은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사건이 접수될 경우 근로감독관이 사건 취하를 유도하거나 부실하게 조사해 처리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조사 지침 수정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들은 “객관적 조사를 위해 모든 괴롭힘 조사를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직접 진행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최소한 사용자 괴롭힘에 대해서는 지침 수정을 통해 직접 조사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하며, 조사지침 위반이나 진정인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되 문제가 발생했을 시 국민신문고 민원 제기 이상의 실질적 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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