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는 강남 사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운영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CEO가 털어놓은 고민이다. 지금 그는, 혁신의 액셀 페달만 밟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가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언제든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도 커졌다. 어떤 시점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담벼락이 어디쯤 있을지, 반대편 차량이 어느 정도 속도로 오는지 모른채 달린다.
최근 오픈AI가 ‘GPT-4o’ 모델을 공개하면서 미국 배우 스칼릿 요한슨의 목소리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주목 받는 글로벌 AI 기업이 AI 규제의 틈새에서 망신을 당했다.
제대로된 규정 없이 회색 지대에 놓인 AI서비스의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다. AI에 대한 기본 정의부터 산업 육성에 필요한 법적 기반인 ‘AI 기본법(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마저 없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되면서 22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새로 발의했고, 추가적으로 준비 중인 의원들도 많다. ‘재탕’ 법안이란 지적도 있지만 이제 진흥이든, 규제든 업계는 ‘룰’이 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룰 없이 뛰는 것이 더 불안해서다. 스타트업 CEO들은 우스갯소리로 교도소 담장위를 걸어 다닌다고들 한다. 새로운 서비스다 보니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부분의 경우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칫 범법자가 될 수 있어서다.
자동차 산업의 발전도 결국 ‘교통 법규’가 생기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시각각 밀려오는 AI 기술 혁명 속에서 우리나라가 AI 낙오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AI 산업 성장을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를 비롯해 AI 저작권 등 세부적인 안전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7월 임시국회를 넘기진 말자. 우리나라의 미래가 국회 손에 달렸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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