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 내에서 불거진 ‘읽씹 논란’과 관련해 다양한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언론이 모두 나서서 며칠 간 뉴스와 논평을 쏟아낸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당 인사들의 입을 빌리면 ‘뭉갰다’, ‘무시다’, ‘직무유기다’, ‘해당행위다’, ‘문자유출이다‘, ’당무유출이다’ 등 다양하다. 야권에서는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하고 언론은 여야의 논평들을 보도했다. 그런데 언론이 전하지 않는 논평이 있다. 유권자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까?
국민의 의견과 여론을 전하지 않고 있다. 유권자 국민 역시 여러 의견과 입장을 갖고 있겠지만 언론은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된다. 확실하고 나름 공정한 방법도 마련돼 있다. 늘 하고 있는 여론조사에 맡기면 된다. 언론사들로서는 별도의 여론조사조차 필요없다. 늘 하고 있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와 정당 지지율 조사에 항목 하나 더하면 간단히 데이터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은 무시당한다.
<역시…‘읽씹’ 논란에도 여론조사 압도적 선두>, <문자 ‘읽씹’ 논란에도… 지지율 더 올라 [갤럽]>, <문자 읽씹 논란에도 대세론…‘일반 표심 1위’ 조사 연이어 [엠브레인]> ‘읽씹 논란’ 이후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해 반응을 모아봤다는 관련 보도다. 그러나 국민에게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여당 대표로 누구를 찍겠냐”라고만 물어 봤다. 여론조사는 이번 주에도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과연 국민에게 이 논란의 본질에 대해 물어본 조사가 등장할까?
한국갤럽은 자체 정기조사다. 자체조사이니 갤럽이란 여론조사기관은 여야 정파적 대결의 상황에서 부담을 피하고 싶었다 치자. 엠브레인 조사는 언론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다. 그렇다면 언론사도 그런 부담을 피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국정농단’이란 키워드를 생각해 내지 못할 만큼 상상력이 빈곤했던 걸까? 거대야당 국면에서 야당이 제시한 ‘국정농단’이란 키워드를 ‘읽씹’한 셈이고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도 외면당한 것이다. ‘국정농단’이란 키워드를 놓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건 언론 보도에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주요 현안마다 김 여사 그림자”(한겨레), “지금 정치권에선 김 여사가 대통령실, 장·차관, 정치권·문화계 인사, 언론인, 유튜버 등과 수시로 전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 “텔레그램 뒤의 김여사 … 사과는 국민 앞에 해야 … ‘댓글팀’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의 의혹도 추가됐다 … 사실이라면 음지에서의 여론 조작 시도는 범죄에 가깝다”(동아일보 기자 칼럼)
미디어오늘의 <한동훈 여론조성팀, 김건희 댓글팀? 뜻밖의 여론조작 폭로전> 기사에 실린 참여연대의 관련 논평을 읽어보면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시급히 물어야함을 알 수 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밝힌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행된 정황도 보인다 … 지난해 5월16일 여론조성팀 관계자가 장예찬 전 최고위원에게 참여연대 관련 자료와 함께 ‘참여연대 조지는데 요긴하게 쓰시길. 장관님께도 보고드림’ 문자를 보냈고,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5월17일 이 자료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참여연대를 공격했다… ‘좋아요’를 누르는 이미지 관리를 넘어, 여론을 왜곡하고 집권 세력과 견해가 다른 이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 및 실정과 관련된 탄핵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음을 모를 리는 없다. 그래도 국민은 무시당한다. 한동훈 후보의 대통령 부인 문자 ‘읽씹’과 전체 언론의 ‘국민여론 읽씹’… 무엇이 더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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