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를 규탄하고 나섰다. 테러리즘에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다수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실리콘밸리에서 이례적인 ‘단일대오’다. 대의를 말하는 뒷편에는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트럼프 눈치를 봐야하는 ‘사업가적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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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간)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역사에서 1인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심연을 들여다보고 신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점에 감사드리며 수사적 표현을 줄이고 더 단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민주당원들이 앞장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양비론적인 태도를 거부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해서 매우 기쁘다”는 간략한 언급만 남겼던 올트먼이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추가적인 메시지를 낸 것이다.
다른 빅테크 CEO들도 일제히 저격을 비난하고 트럼프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전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우리 사회에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설 자리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빌고 끔찍한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적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게 회복하기를 빈다”며 “정치적 폭력은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에 저항해야 한다”고 썼다. 팀 쿡 애플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기도하고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내 생각은 트럼프와 그 가족,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한다”고 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도 “국가적으로 매우 힘든 밤에 끔찍하고 무분별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폭력은 우리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정치적 테러를 규탄하는 평이한 입장문들이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CEO들이 앞다퉈 같은 목소리를 낸 데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특히 민주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올트먼 CEO가 두차례나 입장을 적은 점이 흥미롭다. 그는 올 초 동성 연인과 결혼한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토론 압승에 이어 암살 시도에 대한 강인한 대처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줄 서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따른다. 테크계 관계자는 “머스크와 올트먼을 제외한 타 빅테크 CEO SNS 계정은 사실상 회사가 운영해 그들의 메시지가 회사 ‘공식 입장’에 가깝다”며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의 빅테크 규제에 대한 피로감도 커 테크계에서도 트럼프와 공화당을 공개 지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메타는 암살 시도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12일 차단 상태던 트럼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을 부활시켰다. 메타는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폭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트럼프 계정을 차단했었다. 메타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 간 공평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으나, 유력 대선 후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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