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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중 국군 요청으로 쌀을 옮긴 뒤 북한군에게 체포돼 총살당한 사망자를 국가유공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6·25전쟁 당시 사망한 부친 A씨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를 취소해달라는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마을 이장이던 A씨가 6·25전쟁 중 마을 공용창고에 불을 지르겠다는 북한군 위협에 국군 지시로 창고 보관 중인 쌀을 옮기는 등 부역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2022년 11월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보훈심사위원회에서 기각됐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낸 심판청구도 지난해 4월 기각됐다.
현행법상 A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 중 사망한 사람’이거나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A씨는 2013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950년 10월경 11사단 20연대 소속 노무자로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내용의 참전사실확인서를 발급받았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작성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에도 기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이 A씨가 전쟁에 참전했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이지 ‘전투나 이에 준하는 행위 또는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인우보증에 의하면 A씨는 사망 수일 전에 국군의 요청을 받고 마을 창고의 쌀을 옮겨졌고, 그로부터 며칠 후 집에서 잠을 자다가 잡혀가서 처형을 당했다”라며 “A씨가 전투 관련 또는 ‘군수품을 보급하고 수송하는 등의 지원행위 중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상 대상이 되는 군부대나 경찰관서의 장에 의해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를 위해 동원·징발된 자로 보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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