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온 해외법인에서 근무한 임직원 가운데 6000명이 넘는 인력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위축과 중국 업체의 약진, 만년 적자 등으로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이같은 대규모 인력 이탈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이다. 인력은 공장 생산성이나 수율 확보 등에 영향을 주는 만큼 회사는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근무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12일 SK이노베이션이 발간한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지난해 SK온을 그만둔 해외법인 임직원 수는 총 6658명에 달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임직원 수가 1만2839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자 수가 절반에 이른다.
가장 퇴사자 수가 많은 곳은 아시아 지역으로 지난해 2912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어 미주(2508명), 유럽(1238명) 순으로 나타났다. 해고나 정년퇴직 등을 제외한 자발적 의사에 따른 ‘자발적 이직’의 경우 권역별로 아시아 72.89%, 미주 52%, 유럽 30%로 나타났다.
국내 사업장에선 지난해 164명의 임직원이 퇴사했다. 자발적 이직률은 4.56%로 전년(3.41%) 대비 소폭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1.5%)과 삼성SDI(2%) 등 경쟁사와 비교해도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SK온의 이직률이 두드러진 데는 SK온의 해외 진출 기간이 짧은데다 해외 고용 시장 특성상 계약직 등 유연 근무 형태가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 노동시장 관행 자체가 유연한 형태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터리업과 해외 고용시장의 기본 구조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SK온이 전기차 캐즘(수요정체)과 만성 적자를 겪는 상황에서 이같은 배터리 인재 유출은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해외 진출을 늘린 만큼 해외 생산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데, 인력이 빠져나가면 적기 생산 등 공장 가동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온이 배터리 제조 공장을 비롯해 해외에 보유한 사업장 수는 13개에 달한다.
관련해 SK온 관계자는 “이직자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공장 가동 등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고급 인력을 늘리기 위해 관리 기준을 높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SK온은 우수 인재를 선점하고, 핵심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복리 후생을 도입하며 근무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미국 법인 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주야간 교대 운영에 대한 민원을 파악하고 유동적이던 교대 근무를 고정 형태로 변경하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 유럽 법인의 경우 장기근속 장려금 지급 등을 도입하며 고용 제도를 한층 강화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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