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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할 때보다 안내견으로 활동할 때 능력치가 더 올라갑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와의 교감이 훨씬 깊으니까 그렇죠.”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15년 차 베테랑 훈련사인 홍아름 씨는 “파트너와의 교감이 최고의 안내견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 안내견 ‘진주’의 외부 현장학습을 마치고 용인 소재 학교로 복귀한 뒤 땀만 대충 닦고 인터뷰에 응했다. “훈련할 때 80% 정도만 예뻐해주고 나머지 20%는 파트너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만약 100% 다 채워주면 저희보다 개를 다루는 데 서툰 파트너들이 힘들 수 있거든요. 딱 필요한 것만 해줘야 최종 목표인 시각장애인과의 진정한 코워크(협업)가 생길 수 있죠.”
홍 훈련사 옆에 엎드린 진주는 세 차례의 테스트에서 최종 합격해 조만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개들의 기질도 사람의 MBTI처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며 “훈련도 훈련이지만 개의 기질과 파트너의 성격이나 특성을 맞추는 ‘파트너 매칭’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3년 9월 설립돼 이듬해 첫 번째 안내견 ‘바다’를 분양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매년 15마리 안팎의 안내견을 배출해 올해 말 분양견 300마리를 돌파할 것으로 학교 측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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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훈련사는 스스로를 ‘운 좋게 입사한 케이스’라고 했다.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동물을 좋아해서 에버랜드 사육사 모집에 응모했다 떨어졌는데 안내견학교에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2002년 입사해 견사 관리 등을 맡다 2010년부터 훈련사로 20년 넘게 ‘덕업일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김예지(국민의힘) 의원의 안내견 ‘조이’를 조련한 주인공으로 지금까지 총 46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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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22마리의 예비 훈련견이 6명의 훈련사로부터 누군가의 눈이 될 ‘견생’ 교육을 받고 있다. 생후 8~9주가 지나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의 사회화 과정(퍼피 워킹)을 거친 뒤 되돌아온 강아지들이다. 이곳에서 8개월가량 훈련을 받은 뒤 세 차례의 테스트에서 최종 합격하면 4주 동안 파트너와 실전 훈련(1주는 학교에서 합숙)을 한 뒤 안내견으로 활동하게 된다. 최종 합격 비율은 30% 정도. 나머지는 반려견으로 분양한다.
안내견과 헤어질 때면 섭섭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서운하긴요. 오히려 행복하고 기쁘죠. 얘네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바뀌잖아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던 분이잖아요.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으셨는데 얘네들이 오면서 자신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데 이때 뿌듯하죠.”
그는 안내견 역시 파트너와 함께하는 제2의 견생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얘네들도 저희들과 있을 때보다 훨씬 편안해 합니다. 파트너와 24시간 함께 지내잖아요. 학교에 있을 때는 저희가 퇴근하면 견사에 혼자 있어야 해요. 퍼피 워킹 때는 자원봉사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친구들이잖아요.” 홍 훈련사는 “안내견의 학교 정기 방문 때 얘네들의 표정부터 달라진 것을 목격한다”며 “새 파트너에 찰싹 붙어 훈련사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훈련사 초년병 시절 분양할 때는 ‘혹 실수할까 봐’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안내견 1~2년 차 때는 가끔 소소한 실수도 해요. 아무래도 혈기 왕성한 시기잖아요. 연차가 늘어나면 성숙해지고 좀 더 안정감을 갖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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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안내견을 보고 ‘개고생’ ‘불쌍하다’는 외부의 시선에는 속상하다고 했다. “저희로서는 억울해요. 안내견이 제 맘대로 뛰어다니는 본능을 억제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에요. 훈련은 그냥 산책하는 것입니다. 칭찬 받고 간식을 바라는 본능대로 움직이죠. 제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파트너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홍 훈련사는 몇 가지 당부 사항을 전해달라고 했다.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펫티켓도 잘 지키는 편이고요. 가끔 부르거나 만지려고 하는데 그냥 눈인사만 해 주세요. 외부 자극에 반응하면 움직임이 커져 방향을 잃을 수 있어요. 특히 찰칵 소리 나는 휴대폰 촬영이나 개들끼리 인사는 삼가 주시고요.”
용인=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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