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업종 구분(차등) 적용’은 노사가 물리적 충돌을 벌이며 강경 대치한 끝에 올해도 불발됐다. 내년에도 2026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차등적용’을 둘러싸고 노사 간 충돌은 더 격해질 전망이다.
경영계는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 종료 후 열흘 전 전원회의에서 재적위원 총 27명 위원 중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내년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무산된 데에 재차 유감을 표명했다.
◇사용자측 “음식점 세부업종 3개 구분 적용” 주장
사용자위원들은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기타 간이 음식점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는 방안을 최임위에 제안했다. 최임위 공식 심의자료와 작년 제공된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 적용하자는 취지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당시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숙박·음식업은 37 3%에 달하는 최저임금 미만율과 90%에 육박한 주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제조업 대비 21%에 불과한 1인당 부가가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수용 능력이 제일 열악한 업종”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해 영세 자영업이 대부분인 한식집, 중국식, 중식집, 분식집 등 음식업 세부 업종 3개만 구분 적용을 제안했다”고 했다. 그는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은 작년 고용보호 용역 결과에서 1인당 부가가치, 영업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들이 하위 10%에 속한다고 분석된 업종”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7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투표에 부쳐지자, 투표 자체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일부가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으며 저지를 시도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 생활 수준’이라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제 취지와 목적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반발했다. 혼란 속에 강행된 투표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은 부결됐다. 1989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후 이어온 단일체제가 37년째 지속되게 됐다.
사용자 위원들은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 진행을 방해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며 “이러한 강압적 행사가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업종별 지급 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이 꼭 필요하며 정부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추가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초통계 자료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출생에 ‘구분적용’ 주장 강해질 듯…플랫폼 종사자 별도 설정 도마에
내년에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차등적용’을 둘러싸고 노사 간 충돌이 더 격해질 전망이다. 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수준을 별도 설정하는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부가 ‘임금이 낮은 돌봄인력’을 공급해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방침을 세운 것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최임위 시작 전인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업 최저임금을 다른 업종보다 낮게 설정해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사용자 부담을 줄이자고 제안하면서 구분 적용을 두고 공방이 가열된 바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이뤄지면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며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음식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은 가정에서 해오던 여성의 가사, 간병, 돌봄 노동이 노동시장으로 그대로 남아서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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