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를 겨냥해 경쟁자인 원희룡 후보가 제기한 이른바 ‘3대 의혹’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수사 및 법적 책임을 제기하면서 의혹의 진폭이 커지고 있다. 원 후보와 나경원 후보 등 당권 경쟁자들 역시 ‘상향식 공천’을 전당대회 공약으로 내세우며 한 후보 ‘사천의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국회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후보를 둘러싼 ‘당무 개입, 사천, 댓글팀’등 3대 의혹은 모두 사실이라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야당 대표와 야당에 했던 것처럼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등 강제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원 후보와 친윤계 탈당 인사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은 한 후보에 대해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사천 의혹, △김경율 금감위원장 추천 의혹, △김건희, 한동훈 댓글팀 운영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은 앞서 논란이 된 김건희-한동훈 문자 ‘읽씹’ 파동과 관련 여당 비대위원장과 대통령 영부인 간의 ‘사과 논의’는 당무개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여야가 합심해 ‘한동훈 공격’에 나서는 형국인 셈이다.
한 대변인은 “대통령의 부인이 여당의 대표와 본인의 대국민 사과 문제를 논의하는 게 정상적인 정권인가”라고 물으며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후보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자백하라.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양심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댓글팀’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한동훈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별도 여론 조성팀을 운영했다고 처음 밝힌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번에는 스스로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본인이 그 팀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한동훈 전 위원장이 묵살해 이른바 ‘읽씹’ 논란이 있었던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문자메시지 중에는 김 전 대표가 ‘댓글팀’을 언급하는 내용이 있었다. ‘댓글팀을 가동해 한 전 위원장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친윤계 인사지만 현재 국민의힘을 탈당한 상태인 장 전 최고위원은 해당 문자 공개 이후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사설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제기, 이에 여당 내에선 ‘김건희 댓글팀’과 ‘한동훈 댓글팀’에 대한 의혹이 각각 제기된 상황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은 앞서 지난 10일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에서 “문자에서 등장한 ‘댓글팀 활용’이라는 대목은 정권 차원의 여론 조작 공작이 진행됐을 정황까지 시사하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정권이 문을 닫아 마땅한 최악의 국정농단, 국기문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이 같은 댓글팀 의혹들을 정조준한 바 있다. 민주당은 당시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해당 의혹에 대한 규명 필요성을 논의했다. (☞ 관련기사 : ‘김건희 문자’, ‘댓글팀’ 의혹으로 옮겨붙나…野 “실체 밝혀라”)
여당의 다른 당 대표 후보들도 이날 ‘한동훈 의혹’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갔다. 원 후보 측은 이날 전당대회 정책공약 시리즈로 ‘상향식 공천 도입’ 공약을 발표했다. 이준우 원희룡 캠프 대변인은 공약 발표 배경에 대해 “사천 의혹 논란이 있었잖나, 거기에 대한 일환으로 사천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후보를 겨냥 “지난 4.10 총선 같은 밀실 ‘듣보잡’ 공천, 사천 공천을 완전히 없애겠다”이라고도 했다.
원 후보는 앞서 지난 11일 MBN 주최 전당대회 TV토론부터 “(4.10 총선 당시) 국민의미래에서 도저히 한 전 위원장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물, 측근의 관여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공천이 자행됐다”고 주장하며 한 후보에 대한 당 차원의 당무감찰을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 또한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희룡 후보가 말씀하신 상향식 공천 도입은 저 역시 2008년부터 주장해 온 정치개혁 트레이드마크 공약”이라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지난 총선에서 있었던 불공정 공천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에 대한 일각의 사천 의혹 제기에 동조 입장을 편 셈이다.
나 후보는 이어 “지역 당협위원장 앞에서 대놓고 특정 후보 공천하겠다고 했던 ‘김경율 사천’ 논란도, 지역에서 열심히 밑바닥 다진 당협위원장 몰아내고 유력 인사 공천한 ‘원희룡 공천’도,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총선에서의 공천 과정에 대해 “국민추천이라 했는데 국민추천이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이준석 대표가 더 투명하고 공정했었다”며 “이번에 (선거가) 망가진 이유도 공천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한 그런 부분이 있었다. 총선백서에서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 한 후보를 겨냥했다.
한 후보 측은 공천·사천 관련 의혹 및 비판들에 대해 “근건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한 후보 캠프 측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 후보 측의 사천 의혹 제기에 대해 “의혹 제기하는 데 있어선 합당한 근거 있어야 된다”며 “입증책임은 법정에서도 그렇고 대부분 의혹 제기하는 쪽에서 갖는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만으로 상대 후보, 특히 많이 앞서나가는 한 후보에 대해 흑색선전하는 것으론 이번 선거에서 당원과 지지자 표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 대변인은 세 후보들이 이날 상향식 공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이미 10년 전부터 논의된 것이고, 김무성 당대표 시절에도 상향식 공천 논의가 있었다. 원론적으론 상향식 공천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말할 것”이라며 “지금 전당대회에서 이슈가 될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해 해당 정책과 ‘사천 의혹’ 간의 연계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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