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㉗농지의 처분(상)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이 원칙은 농사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방 후 단행된 토지개혁의 근간이 됐습니다. 경자유전의 세법 버전이 재촌·자경(在村·自耕)입니다. 농촌에 살면서 직접 경작한다는 의미로 이런 요건을 충족하면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상속 받는 농지가 적지 않은 데다 평일엔 도시에서, 주말엔 시골에서는 보내는 ‘5도2촌’ 생활을 하거나 전원주택 옆에 텃밭을 가꾸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어 더 이상 농지 거래는 농업인 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는 농지를 물려받거나 유상 취득한 뒤 처분할 때의 양도세 이슈를 두 차례에 걸쳐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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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특례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특례는 ①8년 이상 ②농지 소재지에서 ③직접 경작한 농지를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를 100% 감면한다는 내용입니다. 세 가지 요건은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00% 세액 공제이지만 한도액은 정해져 있습니다. 한도액은 1년 1억 원, 5년 2억 원입니다. 예컨대 여러 필지의 농지가 있다면 한 해에 다 팔 지 않고 순차 매각하면 5년 동안 최대 2억 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한도액이라면 어지간한 농지는 세 부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여러 필지의 농지를 시차를 두고 나눠 팔 때 매수인이 모두 동일인이라면 국세청이 ‘하나의 거래’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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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의 기본적 요건은 한마디로 재촌·자경(在村·自耕) 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농지소재지’는 농지가 소재하는 시군구의 지역과 그에 연접한 시군구 지역을 의미합니다. 만약 농지소재지 또는 연접 행정구역이 아니라면 실제 거주하는 곳과 농지의 직선 거리(통작거리)가 30㎞ 이내여야 합니다. 또 8년 이상 직접 경작해야 한다는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면 ①상시 농업에 종사하거나 ②농작물 절반 이상을 자신의 노동력으로 경작하는 경우 입니다. ‘상시 영농’은 농지법상 농업인의 기준인 연간 90일 이상 농사를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의할 건 아무리 농사증명서나 다름없는 농지대장(옛 농지원부)에 등록하고 실제 농사를 짓는다 해도 자경기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투잡러’인 경우입니다. 농업소득 외에 근로·사업소득의 합이 3700만 원을 초과하면 해당 과세연도는 ‘경작 기간’에서 제외됩니다. 한마디로 농외 소득이 일정액 넘으면 전업농(농지법상 농업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골 전원주택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주말 농장을 가꾸다 해당 농지를 처분할 때, ‘5도2촌’ 생활하는 직장인이 농지를 팔 때 해당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텃밭은 집에 딸린 밭이나 집과 가까운 밭을 의미하는데요, 만약 텃밭의 지목이 대지라면 농지가 아니므로 농외소득에 상관없이 감면 대상이 아닙니다. 농지의 지목은 논·밭·과수원이어야 합니다.
농업 외 소득 기준은 2014년 7월1일 양도분부터 시행됐는데요, 현재의 잣대로 보면 너무 낮습니다. 금액 기준이 바뀐 2014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월 109만 원)으로 내년 시급 1만30원(월209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시골 전원주택에서 산다면 주말 농장 같은 텃밭은 소득이 없는 배우자의 소유로 두는 것이 절세의 포인트입니다. 물론 이때 농지의 소유자가 직접 경작해야 감면 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같은 농지라도 ‘국토 계획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지역)에 편입됐다면 편입일로부터 3년을 경과하면 특례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지목은 전·답이지만 농지 기능이 사라지고 도시의 가용 용지로 전환됐기에 특례를 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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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양도할 때 반드시 농사를 짓지는 않아도 되고 일시적 휴경 상태이더라도 특례는 적용되지만 지목을 변경하면 특례에서 배제됩니다. 양도일(잔금납부일과 등기이전접수일 가운데 빠른 날)기준으로 농지여야 합니다. 다만 농지 거래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계약할 때는 농지였다가 계약 때 특약으로 매수자가 형질 변경을 하거나 건축물 착공을 한 경우에는 매매 계약일으로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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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의 여가 활동으로 주목 받았던 주말·체험형 농장은 2021년 LH공사 땅 투기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주말농장은 2003년 농지 취득 규제 완화로 도입된 것으로 경작지에 살지 않는 도시인이 농업진흥지역 외에서 가구당 1000㎡(303평)미만의 농지 취득을 허용하고 이를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LH사건 이후인 2022년부터 재촌·자경 없이는 비업무용 토지로 분류하도록 세법이 바뀌었습니다. 쉽게 말해 비농업인이 주말 농장용 소규모 농지 취득을 허용하되 일체의 세제 특례를 부여하지 않고 일반 농지와 같은 잣대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주말농장이 비업무용 토지에 해당한다고 해서 장기보유특별공제(30%·15년)혜택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LH사태 때 정부 원안은 장특공제를 제외하기로 했으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장특공제를 그대로 두되 주말농장을 비업무용 토지로만 분류하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상속이 아닌 일반적인 농지를 사업용토지로 보는 기준은 5년 이상 농지를 보유한 상태에서 ①양도일 직전 5년 중 3년 이상 경작 ②양도일 직전 3년 중 2년 이상 경작 ③전체 보유기간의 60% 이상 경작 등 세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면 됩니다. 다음 ㉘회에서는 농지를 상속 받았을 때 보유·처분 등에 따른 과세 문제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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