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윤일원 논설위원]
법고창신(法古創新), 동양 고전이 된 ‘손자병법’,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더불어 전략과 전술도 시대에 맞추어 발전됨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번 주 ‘손자병법’ 해설은 작전 ‘2-3’ 구절로 원문을 해석하면,
“용병을 잘하는 자는 군역을 두 번 징집하지 않게 하고, 군량미를 세 번 실어 보내지 않게 하고, 군비는 본국에서 가져오게 하고, 부족한 식량은 적에게 빼앗는다. 그러므로 군대 식량은 가히 풍족 하느니라(善用兵者, 役不再籍, 糧不三載, 取用於國, 因糧於敵, 故軍食可足也).”
이 장의 핵심은 ‘곤량어적(因糧於敵)’, “부족한 식량은 적에게 빼앗는다”이다.
촉나라 제갈공명은 제1차 북벌 전쟁을 하면서, 가정(街亭)에 주둔한 마속의 군사지도를 보고 피눈물을 흘리며 퇴각 명령을 내린다. 마속에게 정예병 2.5만 명을 줄 때 반드시 산기슭에 진을 치라고 명하였지만, 마속은 공명의 명을 어기고 산 정상에 군대를 주둔시킨다. 산전수전 다 겪은 위나라 장합(張郃)이 가정에 도착하여 군세를 살펴보고 하늘을 보고 웃음을 지으면서 “승리는 우리 편이다”라 하면서 산기슭에서 마속 군대의 군량미와 식수를 끊어 버린다.
이것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다.
제갈공명이 마속의 목을 베려 하자, 많은 장수와 참모들이 반대한다. 그렇지 않아도 인재가 부족한 촉나라에 영특한 장수 하나 목 베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어 군령의 엄정함을 보였고, 스스로 일 계급 강등하여 우장군이 된다.
“적 군량미 1종(10섬)은 아군 군량미 20종(200섬)에 해당한다(食敵一鍾, 當吾二十鍾).” (‘손자병법’ 작전 ‘2-5’)
손자는 적의 식량 탈취는 무려 20배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대 전쟁은 농경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웠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질소, 즉 ‘비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인류의 진보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과학기술이며 군사도 예외는 아니다.
1840년쯤 유럽은 칠레의 구아노(바닷새가 만들어 놓은 새똥)에 고정 질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수입한다. 인구가 증가한다. 유럽의 각 나라들은 구아노의 수입량을 늘리면서 공급부족으로 점차 위기에 처했을 때, 독일의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화학 비료를 발명한다.
그 효과는 극동의 고요한 나라 동방에도 전해져 그제야 3,000만 명을 돌파하고, 지금의 8,000만 명에 이른다.
북한의 가장 뼈 때리는 아킬레스건은 식량도 아니요 무기도 아닌 한국 드라마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북쪽 압록강과 두만강 철조망으로부터, 남쪽 DMZ에 하늘까지, 한국 드라마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철없는 어린 학생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청소년 또래의 아이들, 철없기로는 아프리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북한이나 다 똑같다.
북은 USB로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여 명을 공개 총살했다.
오호라, 정치적 이유로 어른을 공개 처형하는 일은 억지춘향격 이해도 되지만, 철없는 중학생의 공개처형은 고대 전쟁사에도 없는 극악한 일이다.
“백성이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더 큰 권위에 직면하나니, 그들의 거처를 옥죄지 말며 그들이 생업을 억누르지 말라(民不畏威 則大威至 無狎其所居 無厭其所生).” (‘노자’ 제72장)
북한 주민을 겁박하려고 한 일이지만, 북한 주민을 겁박하기보다는 김정은 정권을 겁박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럽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
#적이가장아끼는것을빼앗아라, #손자병법, #노자72장, #제갈공명읍참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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