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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에서 4주로 단축된 닭의 시간, 상업화된 육류생산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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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생활 중 가졌던 식생활 문화 중 하나는 “한우 소고기는 회식 때나 먹는 음식이다”라는 것이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1인분에 4~5만원 하는 한우를 식당에서 내 돈 내고 먹기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한 문화였다. 그만큼 소고기는 비싼 대중음식이다. 그런데 소값 하락을 견디다 못한 축산 농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농민들은 도매가격이 하락하고 사료 값은 올라 축산경영이 너무 힘든 반면 소비자들은 유통마진이 너무 커 도매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없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축산농민들은 21대 국회에서 의결된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지원법’ 을 제정해 정부가 ‘한우 적정 사육두수 관리’,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환경개선 지원’, ‘한우가격의 안정화’, ‘한우 유통·수출 진흥 및 소비촉진’, ‘한우분야 자원 재순환 및 경축순환 활성화’, ‘가축분뇨 에너지화 등 한우분야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등 한우산업육성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시장원리주의자들은 축산 농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말도 안 되는 정부의 시장개입이라고 반대하겠지만, 사실 각종 산업에 대한 이런 식의 정부 정책개입은 비일비재하고 그런 관점에서 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개입 자체는 타당하다. 문제는 정부의 시장 개입 자체가 아니라 어떤 내용의 시장 개입이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1대 국회가 의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위의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지원법’을 계기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비전을 실천하는 한우산업 발전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좀 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탄소로운 식탁>의 윤지로 저자는 “북미 성우를 기준으로 1996년에 소 한 마리가 1년에 47kg의 메탄을 배출했는데 2006년에는 53kg, 2019년 64kg을 배출했다”며 “생산성 향상 목적으로 소의 체중이 늘어났고, 소의 무게와 베탄 배출량의 상관관계는 대륙별 온실가스 배출계수로도 확인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화된 한우 생산이 단순히 ‘시장에서 수급조절’ 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우 생산과 소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정부의 정책방안이 수립·운용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한우 생산·유통·소비 방식이 정부의 탄소중립 비전과 조응하도록 하는 정책방안을 수립하고 그것을 시행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축산 농민, 소비자 등과 함께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촉발해야 한다.

지난 6월 26일(수)에 열린 노회찬재단의 <함께맞는비 포럼>은 그러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자 하는 취지로 열렸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 문제를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농업·농촌·농민이 처한 전통적 위기뿐만이 아니라 ‘기후위기 유발자이자 피해자로서의 농업’을 탈피해야 하는 과제 또한 농민들에게만 부담지울 일이 아니며 적극적인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를 한 <탄소로운 식탁>의 저자인 윤지로 (사)넥스트 미디어 총괄 수석은 먼저 산업화된 농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일례로 “전 세계의 질소비료 생산과정에 연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가 사용되고 연간 3억 1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억 톤이고 프랑스가 연간 3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질소비료 나라’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질소비료 소비량이 195개국 중 14위”라고 질소비료 의존형 농업생산 구조를 지적했다.

▲ 윤지로 수석. ⓒ노회찬 재단

또한, “병아리가 성계가 되는데 1968년 당시에는 7주 걸렸는데 오늘날은 4주 정도 만에 성계가 된다”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상업화된 육류생산으로 이렇게 가축들의 사육시간이 단축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소 방목지 확대와 사료작물 재배로 브라질의 숲이 지난 40년 사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소개한 뒤 “한국사료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사료용 작물중 대두박의 88%, 옥수수의 36%가 브라질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윤지로, <함께맞는비 포럼> 발표자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농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일까? 윤지로 수석은 “국내 농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3%라고 되어 있다. 장내발표, 가축분뇨처리, 벼 재배, 농경지토양이 배출원이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사료 등의 수입 수송발자국, 비료 제조, 하우스내 전력소비, 농기계 사용, 조리, 농작물/음식물 폐기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인 6억 9921만톤 중 17%인 1억 2063만 톤이 국내 푸드시스템에서 발생하며, 국내 푸드시스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37%인 4513만 톤이 식당에서 배출된다”고도 설명했다.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정부의 농업분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훨씬 초과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 윤지로, <함께맞는비 포럼> 발표자료

이어서 윤지로 수석은 ‘탄소로운’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가 모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생산자들은 경제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친환경농산물 생산이 일반농산물 생산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보니 친환경농업 인증농가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다”라며 “연도별, 지역별 농산물 가격 등락폭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지로 수석은 “소비가 먹거리 분야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변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육식을 줄이고 유기농산물과 제철 과일, 국산농산물을 소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소비를 통해 적은 정책비용으로 큰 감축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050년까지 농업 분야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인 930만 톤에 더해 소비자 행동으로 675만 톤을 더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윤지로, <함께맞는비 포럼> 발표자료

이날 첫 번째 토론자인 한살림의 ‘모심과살림 연구소’ 임채도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으로 “농수산식품 장바구니 물가는 큰돈을 쓰지 않더라도 몇 백 억 원 정도만 투입해 할인 지원하고 수입품에 대한 할당 관세를 잘 운영하면 잡을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지적하며 “이 발언 어디에 농업·농민에 대한 고려가 있느냐?”고 비판한 뒤 “농민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과수 수확량이 줄고 병해충 피해가 심각하다고 하소연 한다. 친환경농업 예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예산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채도 소장은 “생산주의 농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고투입 농법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탄소의존형 농업의 원인이다. 근본적 농정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소비자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제발 국가 차원에서 재해, 기후위기 등과 관련한 기초조사와 연구를 강화해 관련 통계를 더 자세히 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박웅두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은 먼저 “1년에 2만ha 이상씩 농지가 감소하고 있다. 농지 규모가 식량자급을 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이다.”라며 “지속가능한 생산기반 확보를 통한 ‘식량자급률 향상’과 ‘식품안전성 강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통해 ‘식량가격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웅두, <함께맞는비 포럼> 토론자료

이어서 박웅두 공동운영위원장은 “저투입, 저탄소 기후위기 대응 농업으로 전환을 위해서 화학비료 사용량 50% 감축 등 환경친화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논 농업의 친환경농업 전면 전환, 자원순환형 경축순환농업 및 동물복지 축산으로 전환, 탄소배출권 거래세 수입으로 참여소득을 지급해 환경친화적인 지역공동체 및 먹거리 안전성 유지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웅두 공동운영위원장은 “곡성군에서 무경운 논 농업을 3년째 실천하고 있는데 관행농업에 비해 소득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며 “농업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이러한 저탄소 논농사가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청년들이 이 농법을 더 많이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가까운 지역의 유기농 먹거리, 탄소 생태농 먹거리를 선택하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재단

한편, 이날 포럼에 현장 및 온라인을 통해 참여한 시민들은 “노동조합의 기후위기 대응 단체협약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먹거리 생산과 소비 운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농민-시민운동이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농업 전환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 예산 확보를 통해 연평균 500만원의 농업소득 지원을 시작으로 기후위기 대응 농업을 실천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사회개혁 운동으로 나아가는 차원에서 공장 밖의 지역 농민 등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먹거리 교육, 단협 대응 등 기후위기 대응 농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노동운동이 실천하면서 ‘노-농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등의 토론의견이 제기되었다.

언젠가부터 정부에서 조차 ‘기후위기 시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맥락에서 농업분야의 기후위기 예측과 대응, 적응, 감축 논의는 정부, 농민, 소비자의 역할이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식량주권 등 ‘농업·농촌·농민의 다원적 기능’ 인정이 불확실한 국내 현실에서 농업이 축소되고, 농촌이 빈 공간이 되고, 농민들이 빈곤해지는 상황을 극복하는 동시에 ‘기후위기 유발자이자 피해자로서의 농업’을 탈피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농업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국민 먹거리 생산을 담당하는 동시에 기후위기 극복에도 기여하는 분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반도체 팔아서 번 돈으로 수입 농산물 사먹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정책당국이나 일부 시민들을 견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 조응하는 ‘농업·농촌·농민의 다원적 기능’을 재구성할 필요가 제기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고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천은 ‘농업·농촌·농민의 다원적 기능’을 재구성하고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끝>

※ 노회찬재단이 주최하는 <월간 함께맞는비 포럼>은 분야별 사회경제 이슈 및 시민들의 삶에 대해 진보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공론화함으로써 회원 및 시민들과 사회현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회운동 주체들과 노회찬재단이 교류 및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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