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숭부숭한 갈색 털이 가득해 영국 축구선수 ‘크리스 워들’의 이름을 딴 별명까지 붙은 털매머드(woolly mammoth) 화석 피부에서 DNA가 놀라울 정도로 온전히 보존된 염색체가 발견됐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베일러의대 에레즈 리버먼 에이든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날 과학 저널 셀(Cell)에 5만 2000년 전 죽은 털매머드 피부에서 DNA가 온전하게 보존된 염색체 화석을 발견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유전 코드를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국제 연구팀은 지난 2018년 시베리아 북부의 영구 동토층에서 발굴한 암컷 털매머드 화석을 5년간 연구했다.
이 화석은 마치 쇠고기 육포처럼 자연적으로 동결 건조돼 조직이 거의 온전하게 보존돼 있었다. 특히 귀 뒤쪽 조직의 세포 내 염색체에는 DNA 조각의 3차원(3D) 배열이 나노미터(㎚) 수준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전까지 멸종된 화석에서는 매우 단편적인 고대 DNA만이 확인돼 전체 게놈 파악이 어려웠다. 이를 통해서는 멸종된 동물들과 친척관계인 현대 동물 사이의 작은 유전적 차이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염색체 화석’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화석이다. 고대 유전체가 이번처럼 다차원 배열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DNA는 화학적 손상을 입거나 분해되는데, 이번 화석은 거의 온전하게 보전돼 DNA 분자의 접힘(folding)이나 핵 안의 구조까지 확인됐다.
동결 건조되는 과정에서 DNA 분자가 빽빽하게 뭉쳐서 유리 분자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조직으로 변하면 수백만 년 동안 형태를 보존할 수 있다면서, 차에 치이거나 야구공에 맞고, 심지어 산탄총에 맞아도 조직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복원한 게놈 구조를 매머드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현대 코끼리와 비교한 결과, 털매머드와 코끼리 모두 28쌍이라는 염색체 수를 가졌고 구조가 유사했지만 털 성장과 추위 적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활성에는 일부 차이를 보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자연사 박물관 매머드 전문가 에이드리언 리스터 교수는 “고대 DNA 연구는 지금까지 고대 조직에서 추출한 작은 DNA 조각의 ‘수프’에 의존해 왔다”면서 “이번 매머드 화석에서는 DNA와 그 기능에 필수적인 크로마틴 단백질이 보존된 염색체가 회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연구는 멸종된 종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데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5만 2000년 전 매머드보다 훨씬 오래된 화석, 200만년 까지도 거슬러 올라가 차이점을 조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에이든 교수는 “생물학에서 이 지구상의 생명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는 고대 DNA다. 생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라면서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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