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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이 10만여명에 이르는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전원 귀국을 북측에 요구했다는 한 국내 언론의 보도가 맞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갑자기 분위기는 일변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북중 관계에 다시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린 대변인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곧 터져나온 답변은 더 싸늘했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그는 우선 “중조(중북)는 산과 물이 이어진 이웃이다. 줄곧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최근 한국 일부 매체는 수시로 중조 관계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소식을 내보내면서 몇몇 실체 없는 억측과 과장된 선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관련 매체가 전문적 수준을 견지한 채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뉴스를 소설처럼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현재 외견적으로 북중 관계는 아주 좋다. 중국의 당정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상무위원장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지난 4월 11일부터 3일 동안 방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사실만 봐도 좋다. 여기에 75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속속 이어지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북중이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관측은 다소 오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역시 중국이 북한에 일시에 노동자 10만명을 귀국시키라는 요구를 했다는 소문이 진실에 가깝다는 사실을 우선 꼽아야 할 것 같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밀수 의혹을 받고 있던 북한 공관에 대한 전격 압수 수색을 진행한 것 역시 거론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 평양에서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반응, 2018년 김정원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기념하기 위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에 조성한 각종 조형물들이 전격 철거된 사실도 거론해야 한다. 북중 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돌고 있다는 소문은 진짜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급기야 지난 11일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에 평양의 주북 중국 대사관에서 열린 기념 연회가 별 의미 없이 열리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북중 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13일 전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당 연회에는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북중친선의원단 위원장인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 참석하는데 그쳤다. 더구나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전처럼 해당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지도 않았다. 그저 마지 못해 짤막하게 보도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북한 역시 중국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한국전쟁 때 함께 피를 본 북중의 관계는 지난 80여 년 동안 곡절이 많았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양측의 관계는 이제 또 다시 변곡점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이로 보면 서방 세계에서 보는 한미일-북중러 대결 고착 구도는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도 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중국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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