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배민의 배신①]
국민 앱 ‘배달의민족’이 달라졌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주인으로 나선 지 4년여 만에 이익 실현을 본격화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자영업자의 상생 등 배민의 철학은 희미해졌다. 대신 수수료 인상으로 상생과 소비자 물가에 ‘적신호’를 켰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배민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DH 행보의 배경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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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변했다. 한때 한국 스타트업 역사상 최고의 성공사례 중 하나로 칭송받았지만, 이제는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최근 50%에 가까운 음식점주 수수료 인상도 배민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경쟁은 거세진 가운데 단시간 내 현금을 챙기려는 독일계 대주주의 의지로 풀이된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내달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율을 기존 음식값의 6.8%에서 9.8%로 3%포인트(p) 인상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부가세를 합치면 10.8%에 이른다.
지난 2일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사임, 피테얀 반데피트 임시대표의 선임과 맞물린 수수료 인상 결정은 배민을 소유한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결정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배민에 입사해 김봉진 창업자와 손발을 맞췄지만, 반데피트 임시대표는 2015년부터 DH에서 근무하다 2019년 배민 인수 후 DH 측 인사로 합류한 인물이다.
DH 인수 이후 배민은 폭풍 성장했다. 2019년 364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2022년 4241억원, 지난해 69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배달 플랫폼의 특수가 사라지며 우버이츠와 도어대시, 메이투안 와이메이 등이 적자를 냈지만, 배민만은 예외였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70% 이상의 점유율, 그만큼 불어난 점주 수수료 덕분이다. 실제로 점주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민의 ‘서비스매출’은 2019년 5057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7187억원으로 5.4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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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전년대비 서비스매출 증가율은 2019년 69.8%, 2020년 71.5%, 2021년 81.5%로 꾸준히 상승세였지만 2022년 53.9%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2.2%에 그쳤다. 액수로도 2021년에는 전년대비 7069억원, 2022년에는 8491억원 늘었는데 지난해에는 2953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는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거나, 자칫 역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배달 플랫폼이 일상의 필수재로 자리 잡았고, 음식점주들도 배민 없이는 장사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배민을 쓰는 만큼, 수수료를 낼 새로운 점주를 찾기도 어려워졌다. 또 경쟁사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경쟁에 불을 붙였고, 라이더 확보를 위한 고비용 구조는 여전하다. 배민의 성장이 더뎌진 이유다.
음식점주 수수료 외 새로운 수익의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B마트’ 등으로 이뤄지는 상품매출은 지난해 6881억원으로, 여전히 서비스매출 4분의 1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도 2021년엔 92.8%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4.3%에 그쳤다.
DH는 배민을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40억달러로 평가했다. 당시 환율로도 4조7000억원 이상이다. 최근 투자금 회수에 착수했다. DH는 지난해 배민으로부터 412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이는 배민의 이익잉여금 72%에 달하는 규모다. 앞으로도 지난해 못지않은 배당이 유력하고, 배민으로선 점주 수수료의 인상 외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시장을 혁신하겠다며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기업마저 외국계 대주주를 위한 고배당 목표에 내몰린 것은 안타깝다”며 “더욱이 독보적 1위의 플랫폼 기업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배민 외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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