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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인사이트] ‘커피 도시’ 경쟁에 나선 전국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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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오브커피&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부산'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오브커피&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부산’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지자체들이 ‘커피 도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구 감소로 지역 경제가 위축되자 커피를 매개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소비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강릉, 부산 등 일부 지자체들은 조례까지 만들며 커피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량이 전 세계 평균의 2.6배가 넘는 점을 활용하는 지역 홍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커피 마시러 강릉 여행, 연간 관광객 3400만명

강원도 강릉은 지난 2009년부터 커피 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50만명 이상이 커피 축제에 방문하며 835억원(2018년 기준)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강릉은 국내 제1의 커피 도시로 불린다. 안목해변 카페 거리 등에서 바다와 소나무를 함께 보며 커피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씨가 2000년대 초반부터 운영하는 보헤미안, 테라로사 커피공장 본점 등이 모두 강릉에 있다. 흑임자 라떼, 초당 옥수수 커피 등으로 유명한 강릉 카페들은 평일에도 줄을 서야 주문할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강릉에는 카페 843개가 있다. 강릉의 지난해 관광객은 3400만여 명. 관광객들 사이에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인근 시장에서 원두 모양의 커피콩빵을 사는 게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다.

강릉은 지난해 9월 커피 산업 등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올해부터 3년간 15억원을 커피 산업에 지원한다. 커피 고급화, 판로 개척, 사업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KTX 강릉선으로 서울과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강릉이 관광지로 주목받았고 이와 함꼐 커피 산업이 발달하면서 해안가와 도심에 커피 클러스터가 조성됐다”며 “관광과 커피가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2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2023 디카페쇼(D-CAFÉ SHOW 2023)'를 찾은 시민들이 커피머신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2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2023 디카페쇼(D-CAFÉ SHOW 2023)’를 찾은 시민들이 커피머신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부산, 340억 들여 커피 도시 도전장

커피 도시 강릉에 부산이 도전장을 냈다. 부산은 국내 최초 커피 음용(飮用) 도시로 알려져 있다. 개항기 부산해관(부산세관)에서 일하던 서기관 민건호(1843~1920)의 일기 ‘해은일록’에는 “갑비차(甲斐茶)를 대접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개항기에 커피가 수입되면서 부산에서 가장 먼저 마시기 시작했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부산시는 최근 340억원을 들여 글로벌 커피 도시를 만든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커피(20만9000t)의 94%(19만7000t)가 부산항을 거쳐 들어온다. 현재 부산에는 영도 흰여울마을 카페거리 등 카페 7294개가 있다. 부산시는 생두 저장, 가공, 커피 유통을 연계해 커피 특화 지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커피 관광 코스를 개발해 일자리 창출, 창업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2022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커피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 5월에는 70여 개국 280개 커피 기업과 1만200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모이는 ‘월드오브커피&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을 열었다. 2000년 몬테카를로에서 처음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은 세계적인 커피 대회로 호주 폴 바셋 등이 역대 챔피언이다.

신창호 부산시 디지털경제혁신실장은 “커피와 부산의 자연, 문화, 관광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커피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韓 1인당 연간 커피 소비 405잔… 전문가 “지역 특색 커피 육성해야”

대구도 커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 국내 1호 클래식 다방 녹향(1946년), 국내 1호 커피 브랜드 커피명가(1990년)가 대구에서 처음 시작했다. 커피명가는 1999년 국내 처음 상륙한 스타벅스보다 9년 빨리 문을 열었다. 그밖에 카페봄봄, 다빈치커피, 핸즈커피 등 지역 토종 카페가 유명해 커피 업계에선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대구에는 총 5588개의 카페가 있으며 앞산 카페거리가 유명하다.

대구시는 지난 5월 앞산 커피 축제를 개최해 커피 드립백 만들기, 로스팅 체험 등을 제공했다. 9만여 명이 커피 축제에 방문했다.

전남 고흥군은 지난 2011년 커피나무 재배에 성공해 커피를 지역 특화 작물로 육성하고 있다. 고흥은 햇빛이 많고 겨울에도 날씨가 춥지 않아 커피 재배에 적합한 기후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고흥군청에 따르면 현재 20여 가구가 커피를 재배하며 카페를 운영하거나 원두를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다. 1차 산업(커피 재배), 2차 산업(제조·가공), 3차 산업(서비스)을 결합해 6차 산업으로 부가 가치를 발생시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다. 전 세계 평균(152잔)보다 2.6배 이상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국내 커피 전문점은 10만729개다. 매출은 15조5000억원, 관련 종사자는 27만명이다.

전문가들은 “커피 산업이 레드오션인 상황에서 지자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을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커피를 육성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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