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인적 이유로 당론 반대 옳지 않다”
‘검사탄핵’ 기권표 던진 ‘곽상언 사태’로 회자
“비민주적”…당 일각서 당론채택 과정 불만도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발의 전 소속 의원들간 토론과 합의 등 민주적 절차를 생략한 ‘하향식’ 입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당론에 따르지 않을 경우 내부로부터 배제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의 경고’가 현실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검사 탄핵소추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하는 본회의 표결에 기권표를 던진 곽상언 의원이 원내부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당론으로 채택한 탄핵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강성 당원의 집단 공격이 이어진 뒤 내린 결정이다. 사실상의 ‘자격 박탈’이자 ‘시범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곽 의원 사태를 계기로 이재명 대표가 당선자총회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당론을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던 게 떠올랐다”며 “당론 위배시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이 검사 탄핵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은 곽 의원의 장인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까지 끌어들여 모욕성 비난을 가했다.
앞서 이재명 당시 대표는 지난 5월 22대 국회 당선인총회에서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법안들을 개인적 이유로 반대해 추진이 멈춰버린 사례를 몇 차례 봤는데, 그건 정말 옳지 않다”며 “여러분이 차지하는 그 지위, 역할이 결코 혼자만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개인의 획득물이 아니니 의정 활동을 하실 때 잊지 말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당사자의 ‘부결 호소’에도 불구하고, 비명(비이재명)계가 부결 당론 채택에 반발해 결국 가결까지 이어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여야 쟁점 법안을 두고 당론 채택 과정이 비민주적이란 비판도 있다.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은 “검사 탄핵안이야 ‘검찰독재정권 철폐’라는 목표의 일환이지만, 쟁점 법안 발의에 대한 당론 채택 과정이 ‘민주적인가’ 물으면 그렇지 않다”며 “너무 많은 법안이 쏟아지니까 토론하자는 의원도 없고, 괜히 이견을 냈다가 주목 받는 게 싫은 지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최근 당론 위배시 공천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한 것도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을 옭아매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엔 “의원들이 거수기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크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론 준수’를 강조한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내기는 더 어려워질 거란 전망도 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찬반 토론 같은 숙의 절차가 거의 생략되는데 대한 비판 의식은 있지만,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 초선이 나서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 일단 관망 모드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 연임에 대비해 초선들이 전보다 더욱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전보다 커진 측면도 있다”며 “큰 변수가 없는 이상 22대 국회에서 우리 당은 지난 21대 국회처럼 격렬한 논쟁이 오가는 장면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토론에 집중 안하시는 분이 계셔서 자유 토론 없어도 될까요’라는 사회자의 물음이 있었고, 우렁찬 답변 속 해산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포함한 7개 법안을 1시간 만에 당론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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