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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올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주거비 등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하면서 올해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현재의 5.25∼5.50%보다 낮을 가능성을 86.4%로 추산했다. 이는 한 달 전 52.8%와 하루 전 73.4%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금리 인하 전망이 급변한 것은 노동시장 냉각에 이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와서다.
이날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3.1%)를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이른 2020년 5월 이후 4년 1개월 만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도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0.1% 오르며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끈적한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혔던 주거비 물가가 전월 대비 0.2% 오르는 데 그치며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를 확실시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CPI 발표 전 72%에서 100%로 올랐다. 투자은행(IB) JP모건과 맥쿼리도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을 각각 11월과 12월에서 9월로 당겼다.
시장은 9월을 시작으로 11월·12월 연속으로 금리가 내릴 가능성에도 베팅하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75%포인트 낮을 가능성은 하루 사이 26.2%에서 45.2%로 높아졌다. 약 절반의 확률로 올해에만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장 이달에도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전략가는 “시장에서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도이체방크의 매슈 래스킨은 “9월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7월 인하 가능성도 최소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CME 페드워치를 보면 이달 금리 동결 전망은 여전히 93.3%에 이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도 6월 CPI 둔화에 일제히 “고무적”이라면서 환영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CPI 둔화 소식에 “훌륭하다”면서 연준이 2% 목표로 가는 경로에 있다는 확신을 주는 증거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수치라고 밝혔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도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열린 현지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6월 CPI가 인플레이션 추가 둔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10일 의회 발언에서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노동시장에 냉각 신호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가 더는 과열 상태가 아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이날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08% 상승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88%, 1.95% 하락했다. 시장을 주도하던 ‘매그니피센트7(주요 7개 기업)’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뒤 중소형주와 배당주·가치주를 매수하는 순환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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