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무산됐다. 여야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올해 42%, 2028년까지 40%로 인하)을 놓고 45%로 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43%까지만 올리자는 국민의힘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포인트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셈인데, 두 안의 70년 뒤 누적 적자 차이는 1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보험료율은 15%, 소득대체율은 50%로 올리는 안을 국민의힘에 제시했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 492명이 ‘보험료율13%·소득대체율 50%’ 노후 소득보장 강화안을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 재정안정안보다 더 많이 찬성한 것으로 나오자,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면서 기금 고갈을 우려해 ‘더 내는’ 안을 마련한 것이다.
직장인이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기업이 절반을 납부한다. 보험료율이 9%에서 15%로 높아지면 기업은 현재(4.5%)보다 3%포인트 더 보험료를 내야 한다.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에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 안을 마련해 제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안을 제시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의 안은) 절충일 뿐 합리적인 기준도 없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안에 대해 “현행 국민연금 제도보다는 2093년까지 누적 적자가 약 4300조원 감소하고 기금 소진이 9년 늦춰지는 최소한의 개혁안으로 생각해 추진했지만 민주당은 이조차 받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면 연금 기금은 2055년에 고갈된다. 시민대표단이 논의한 소득강화안은 2061년에, 재정안정안은 2062년에 기금이 고갈된다. 민주당이 제시한 안에 따르면 기금은 2063년에 고갈되며, 국민의힘 안을 적용하면 2064년에 고갈된다.
1년 차이지만 고갈 이후 적자 폭은 차이가 크다. 유 의원에 따르면 2093년까지 국민연금 기금 누적 적자를 국민의힘 안은 4318조원 줄일 수 있고, 민주당 안은 2766조원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격차는 1552조원이다.
유 의원은 “저는 여전히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의 연금개혁이 아니면 개악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민주당 안에 대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는 크게 양보한 안”이라며 “여당과 정부는 국민이 선택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다수안이 개악이라고 했는데, ‘13-43′안은 개악이 아니고 개선이냐”라고 했다.
이대로 21대 국회 임기가 오는 29일 종료되면 연금개혁은 22대 국회로 넘어간다. 이 경우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연금개혁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다. 이 점에 대해서도 여야는 의견을 달리했다. 유 의원은 “오늘 이후에도 연금개혁 논의는 계속하겠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다면 22대 국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을 추진해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이를 두고 무산시킨 것은 처음부터 연금개혁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야당은 무산을 이야기한 적이 없고,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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