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막판 변수로 학칙이 떠올랐다. 대학은 학과별 정원을 학칙으로 정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학내 의견을 수렴하고 교무회의 등 내부 위원회 의결을 거쳐 학칙을 고쳐야 한다. 부산대는 내부 구성원 반대로 학칙 개정에 제동이 걸렸고, 정부는 시정명령, 행정조치 등으로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부산대, 학칙 개정 부결→재심의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전국 대학 32곳 중 12곳은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나머지 20곳은 학칙 개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대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대학별 학칙 개정이 법령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학칙 개정은 의대 증원을 원하는 대학 본부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측의 갈등으로 작업이 순탄치 않다. 부산대는 의대 입학 정원을 125명에서 200명으로 늘리고 2025학년도에 한해 163명(증원분 50% 반영)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부산대에서는 지난 3일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회에서 학칙 일부 개정 규정안이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이 결정은 강제력이 없지만, 결국 지난 7일 열린 교무회의에서도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교무회의 당시 의대생들과 교수들은 대학본부 1층과 회의가 열리는 6층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부산대에 학칙 개정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으면 학생 모집정지 등 행정조치를 한다고 압박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이날 교무회의에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부산대는 조만간 교무회의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교무회의는 심의 기구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부산대는 의대 증원 여부를 교무회의 심의로 결정하기로 했었다.
충북대는 의대 입학 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늘리고 2025학년도에는 125명(증원분 50% 반영)을 모집할 계획이다. 충북대는 오는 13일 법제심의위원회, 14일 교무회의, 16일 평의원회를 열고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심의한다. 충북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 다시 (학칙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만약 교무회의에서 통과가 안 되면 내부 논의를 거쳐 교무회의를 다시 열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경북대 의대(정원 110명→200명, 올해 155명 모집)는 최근 대학 교수와 본부, 자문 변호사 등이 참석한 법제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날 의대 학장, 대학 본부 측이 참석한 학장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경북대는 조만간 교수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만약 (교수회의에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되면 다시 논의해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총장이 의대 출신인 경우 원래 소속(의대)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학칙 통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칙 개정 환영” vs “부산대 부결 유감, 개정 모니터링”
전국 의대 교수들은 부산대의 학칙 개정 부결을 환영한다며 다른 대학들도 참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로부터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불합리한 정책을 거부했다”며 “(다른 대학도) 부산대의 모범적인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교육부가 정한 의대 정원에 따라 학칙을 개정하는 것은 ‘의무’라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대학 정원은 학칙으로 정하지만, 의료 인력과 관련된 모집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따라야 한다. 오 차관은 “(행정조치인 학생모집 정지는) 학칙 개정이 법령상 의무에 따라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이뤄지는 제재 조항”이라며 “교육부 장관이 행정처분위원회를 개최해 결정한다. 어떻게 될지 구체적인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정부는 전국 의대 32곳을 대상으로 시설, 기자재 등 8개 항목에 대한 현황과 향후 7년간 교육 여건 개선 계획 등을 조사했다. 오 차관은 “대학 수요를 바탕으로 예산 지원 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의학 교육 선진화 방안(가칭)을 수립해 의학 교육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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