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역대 최다 중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구성 때부터 편파·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선방심의위는 정부 비판적 방송에 집중 심의하고 선거와 무관한 안건까지 과잉심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연재를 통해 선방심의위의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오는 9일 마지막 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신규 안건 없이 재심만이 남은 상태다. 지난해 12월11일 구성돼 약 5개월 활동한 선방심의위. 이 기구는 어떻게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역다 최다 법정제재 의결, 최고수위 제재 쏟아내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17차 회의 동안 총 30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모든 선방심의위 기수를 통틀어 ‘역대 최다’다.
2008년 출범 이후 주요방송 대상 심의내역(지상파·종편·보도PP)을 종합하면 선방심의위는 총선 기준 △18대 2건 △19대 0건 △20대 14건 △21대 2건을 기록했다. 대선 기준으로는 △18대 17건 △19대 3건 △20대 2건을 기록했다. 지방선거의 경우 △5회 1건 △6회 6건 △7회 4건 △8회 1건에 불과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꾸려진 선방심의위보다 법정제재 수가 훨씬 많다.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다.
제재의 양보다 주목해야 할 건 제재 ‘수위’다. 역대 두 번(6회 지방선거·20대 총선)밖에 없었던 ‘관계자 징계’가 이번 선방심의위에서만 14건이 나왔다. 선거방송 심의는 ‘과징금 부과’가 없어 ‘관계자 징계’가 최고 수위다. 선방심의위 제재는 낮은 순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등의 단계로 구분되며 ‘관계자 징계’는 방송평가에 높은 벌점을 부과하는 동시에 방송 담당자를 징계하는 ‘이중 제재’ 성격이 있다. 그동안 심의위원들이 남발하지 않았던 이유다.
일상이 된 정치심의 논란에 월권 논란까지
제재 근거는 대부분 공정성이나 객관성 조항 위반이다. 모호한 기준으로 관련 심의가 줄던 추세였지만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역행했다. 30건의 법정제재 중 적용조항에 공정성 혹은 객관성이 언급되지 않은 심의는 평화방송cpbc ‘김혜영의 뉴스공감’과 대전MBC ‘뉴스데스크’ 각각 1건뿐인데 해당 방송들 또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조롱했다거나(2월7일자 ‘뉴스공감’), 국민의힘 후보에 불리하게 방송했다는(1월31일~2월1일 ‘뉴스데스크 대전’) 민원이었다.
심의위원들의 엄격한 심의가 정부 비판 보도에 쏠렸다는 점도 특징이다. 채널A가 받은 2건의 법정제재를 제외하면 모두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등에 불리하게 방송했다는 심의가 이어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민원으로 중징계를 내리거나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보도에 반복적으로 법정제재를 의결했을 때는 ‘심기경호위’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김건희 특검’에 ‘여사’를 안 붙였다는 이유로 SBS에 ‘행정지도’를 의결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일부 위원들의 발언이 ‘심기경호위’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위원은 명품백 수수를 놓고 김 여사를 ‘평범한 가정주부’에 빗대 “거절하기 민망한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고(4월29일) TV조선 추천 손형기 위원은 “몰카 범죄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데 대해 따끔하게 얘기해주는 게 없다”고(4월4일) 했다. 보궐 임명된 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김문환 위원은 “(국민의힘) ‘사천’ 논란은 팩트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비명횡사’는 정확히 팩트에 맞는 것”이라고(4월18일) 말했다.
이전 선방심의위는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0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의결한 법정제재를 보면 14건의 법정제재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종편이 10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20대 대선 선방심의위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위주로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백선기 위원장이 사무처에 “모든 안건을 최대한 상정하라”고 지시한 것이 알려져 ‘월권’ 논란까지 불거졌다. 백선기 위원장은 선거 관련성을 선방심의위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고 심의위원들은 모든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던졌다.
그 결과 △이태원 참사 △‘바이든-날리면’ △양승태 사법농단 △고발사주 의혹 △윤 대통령 장모 가석방 △명품백 수수 논란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등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윤석열 정부와 관련한 다수 논란에 대해 심의했다. 같은 내용(김건희 여사 모녀 23억 수익)의 보도를 놓고 비슷한 시기에 방심위와 선방심의위가 나눠 심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김문환 위원은 “모든 사회적 쟁점이 표심에 영향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선거 쟁점으로 다뤄서 심의해야 한다”(3월28일)고 말했다.
선방심의위는 방심위와 달리 확정절차(전체회의)가 따로 없어 법정제재를 의결하면 바로 징계가 결정된다. 이전 선방심의위에선 선거방송을 엄격하게 구분했지만 이번 선방심의위는 민원인이 ‘선거방송’을 주장하면 모두 선방심의위로 상정해 사실상 민원인에 ‘신속심의’ 권한을 준 셈이다. 선방심의위 민원 대부분을 국민의힘과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가운데 제재 수위도 선방심의위가 방심위보다 강했다.
참여연대와 함께 시민방청을 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봄빛나래 참여기획팀장은 “제재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을 차치해도, 정부·여당 유불리로 중징계 여부가 결정됐다. 선거와 무관한 내용조차 문제 삼는 월권심의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SBS가 행정지도를 받은 이후 신문은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써도 방송사는 ‘여사’를 붙이는 해프닝이 실제 일어났다”며 보도위축 효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편파구성’부터 ‘이해충돌’까지, 위원회 자체가 논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논란 중심에 선 건 심의 내용뿐이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출범서부터 ‘편파구성’ 논란이 일었다. 통상적으로 선방심의위원 추천 단체 다수는 여야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상임위원이 협의해 정한다. 하지만 이번 방심위는 야권 추천 위원이 연속 해촉되고 보궐위원이 임명되지 않아 여권 추천 상임위원 2인이 일방적으로 선방심의위 추천 단체를 정했다. 그 결과 TV조선,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한국미디어정책학회 등 새로운 단체들이 위원 추천권을 가졌다.
‘편파구성’ 논란은 ‘이해충돌’ 논란으로 번졌다. 각각 국민의힘 추천과 공언련 추천으로 공언련 전·현직 임원인 권재홍·최철호 위원이 임명됐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언련이 MBC, CBS 등 정부 비판 보도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는 가운데 그 시민단체의 현직 이사장(권재홍)과 전직 대표(최철호)가 그 민원으로 방송사에 징계를 내렸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 지부장은 “(다른 선거미디어 심의기구인)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심의의 편파성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린 것을 본 적 없다”며 “방심위에 비해 역대 선방심의위가 편파심의, 정치심의 비판을 받지도 않았다. 위원 구성 방법과 하는 일은 (선거 관련) 세 위원회가 거의 동일한데, 왜 이번에만 유독 논란이 됐는지는 분명하다. 의도를 갖고 추천단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방위 구성과 심의 제도 등에 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봄빛나래 팀장은 “주관적 잣대에 따라 공정성, 객관성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공정성 기준이 이번처럼 비판언론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며 “선방심의위는 구성과 운영 등에 대한 전면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선거기간 심의기구 존재 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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