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차기 대선 경쟁자가 될 인사를 비서실장에 기용하지 않겠다.”
“이 대표 수사는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
“보수 지지층을 고려해 야권 내에서도 중도성향의 인사를 총리로 추천해 달라.”
“영수회담이 쭉 이어져 앞으로 더 자주 만난다면 골프회동도 하고, 부부동반 모임도 하자.”
한국일보가 7일 ‘영수회담 메신저’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단독보도는 최고의 핫 뉴스다. 마치 윤 대통령의 숨겨진 모습을 엿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도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을 찍었고 이재명을 뱀처럼 싫어하는 보수 성향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대체 윤 대통령의 정체가 뭐냐. 그래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진짜 보수 궤멸자” “지금 탈당하라”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이 보도가 나온 뒤 가장 난처한 쪽은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격노했다’라는 표현이 나오고, 대통령실은 즉각 “거창하게 특사라든지 물밑 라인은 없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명색이 언론사가 두 사람(함성득 임현백)을 인터뷰 형식으로 등장시켜놓고 제멋대로 ‘가짜 뉴스’를 게재했을 리는 없다. 약간의 부정확한 워딩이나 뉘앙스 차이는 있었을지라도 생판 거짓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실이 부인하기에 앞서 인터뷰 당사자들이 강하게 난리치고 부인했을 거다. 하지만 이 둘이 한국일보에 항의했다는 소식은 없다. 보도내용이 대략 맞다는 얘기다.
영수회담에 ‘비공식 라인’을 가동한 걸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없다. 주요 협상이 공개적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괜찮은 성과들이 막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총선 참패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회 패권’을 쥔 거대야당 대표와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자신의 심중을 잘 전해줄 사람이 필요했을 거다. 자기 직속 부하에게 말할 수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공개되면 체면이 깎이거나 오해받을 수 있는 저런 유화적 카드를 비선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바깥으로 새나가면 안 된다는 암묵적 전제에서 주고받은 말일 것이다.
그런데 자칭 ‘대통령 비선’이라는 함성득 교수가 언론에 나와 시시콜콜 다 까발렸다 영수회담을 한 지 나흘이 됐을 때다(인터뷰 날짜 5월 2일). 왜 그랬을까. 이게 가장 의문이고 납득이 안되는 대목이다.
함 교수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며 자기 역할을 과시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이런 걸 공개하는 게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전자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후자라면 그는 기본 판단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윤석열은 대통령 되기 전까지는 ‘인복’이 따랐지만, 대통령이 된 뒤로 한동훈과의 관계도 그렇고 영 ‘인복’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저런 촉새(?) 같은 교수를 ‘비선’으로 썼을까 싶다.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없었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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