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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기간에 주민들이 도대체 국민의힘 후보는 어딨냐 했다더라고요. 생전 인사하러 나오지도 않고 오히려 민주당이 길거리에 더 활발하게 다녀서 당원들이 아우성쳤죠.”
4·10 총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던 한 인사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고동진 강남병 당선인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고 당선인이 열세이던 총선 국면에서는 양지에서 안이하게 있다가 당선 뒤 쓴소리를 내뱉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강남 지역은 국민의힘에게 비례에 준하는, 당선이 보장된 텃밭”이라며 “고 당선인의 기업인 출신 전문성이나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를 고려해 강남에 공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고 당선인의 활동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아쉬움이었다.
6일 정치권에서는 고동진 국민의힘 서울 강남병 당선인이 패색이 짙던 총선 당시에는 뒷짐만 지다 뒤늦게 위기 수습 국면에서 훈수를 두며 존재감 과시에만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선 강남병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두고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고 당선인은 삼성전자 사장 겸 IM(모바일) 부문장 출신으로 ‘갤럭시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 위원장은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산업계를 업그레이드시키고 더 나은 민생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국민의힘에 총선 인재로 합류한 고 전 삼성전자 사장은 당초 비례대표 출마가 유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고 전 사장이 정치 신인인 만큼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구 출마는 부담스러워해 비례를 고집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다 지난 3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고 전 사장을 강남병에 전략공천했다. 지역구 현역인 유경준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고 전 사장은 당 지도부의 요청에 지역구 출마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서는 고 전 사장이 성공한 기업인 이미지를 활용해 다른 지역구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를 기대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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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고 당선인의 지원 유세나 당에 힘을 실어줄 메시지를 찾기는 힘들었다는 평이다. 지난 3월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고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재옥 원내대표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를 꾸렸다. ‘한동훈 원톱’ 체제 아래 인지도 높은 후보들을 내세워 수도권을 공략할 의도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상 이들의 지역구 상황이 녹록치 않아 ‘한동훈 원 스피커’에 의존해 총선을 치러야 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삼성전자 사장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고 전 사장이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섰다면 접전이던 지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겠냐”고 했다.
총선 국면에선 말을 아끼던 고 당선인은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 후 일침을 놓고 있다. 지난 1일 블로그에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나쁜 기업’으로 찍혔다. 국민의힘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자성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현재 원내대표 추대론과 대세론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라며 “당이 옳은 길을 갈 수 있게 주저함 없이 용기 있는 소신 발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책임지는 정치와 함께 민심을 읽는 능력으로 신뢰받는 보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본인을 발탁하고 원내대표 유력주자로 꼽히던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4일에는 초선 당선인으로는 여야 통틀어 이례적으로 10여명 기자를 불러 간담회를 자청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당 위기 상황에서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에 과거 체면 챙기기에만 급급한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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