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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싸고 맛있는 소고기 먹으러 왔어요”…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들 모인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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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 있는 한 소고기 유통 업체에서 사용 중인 소고기 숙성용 냉장고. 중국인 관광객들 눈에 들기 위해 냉장고에 한자로 크게 '숙성고(熟成庫)'라고 써놨다. /최정석 기자
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 있는 한 소고기 유통 업체에서 사용 중인 소고기 숙성용 냉장고. 중국인 관광객들 눈에 들기 위해 냉장고에 한자로 크게 ‘숙성고(熟成庫)’라고 써놨다. /최정석 기자

“중국, 홍콩, 대만 이런 데서 관광객 엄청 와요. 요새는 중국인 관광객이 저한테 오랜만이라고, 코로나 때문에 못 오다 몇 년 만에 겨우 왔다고 먼저 인사를 하기도 해요.”

3일 오후 1시쯤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만난 30대 여성 A씨가 한 말이다. A씨는 부모님이 약 40년 전 마장동에 차린 한우 정육점에서 4년 넘게 일하고 있다.

A씨는 “한번은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마장동을 찾나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다들 하나같이 가격 문제를 꼽았다”며 “고급 소고기를 양껏 먹으려면 본인들 나라에서 사 먹는 것보다 한국에 ‘소고기 관광’을 오는 게 더 싸게 먹힌다고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점원 안내를 받으며 소고기를 구매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점원 안내를 받으며 소고기를 구매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이날 점심시간을 지나서 방문한 마장동 축산시장은 대체로 한산했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방문객들은 9할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가족 단위로 움직이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중국인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중국인 가족은 정육점 앞에서 직원 설명을 들으며 한우를 고르기도 했다.

이 정육점 사장인 이 모(53)씨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더니 지금은 체감상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 같다”며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 응대를 위해 영어를 쓸 줄 아는 직원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마장동에서 5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한 양순자(75)씨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관광 코스에 마장동 축산시장을 웬만해선 빼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코로나 이전에 쓰던 중국인 전용 메뉴판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 버렸는지 찾아봐도 없어서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 있는 한 소고기 유통업체가 입구 앞에 제품 메뉴판을 펼쳐놓은 모습. 메뉴판에는 소고기 부위에 대한 설명이 영어, 한문 등으로 적혀 있었다. /최정석 기자
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 있는 한 소고기 유통업체가 입구 앞에 제품 메뉴판을 펼쳐놓은 모습. 메뉴판에는 소고기 부위에 대한 설명이 영어, 한문 등으로 적혀 있었다. /최정석 기자

중국인들 사이에서 마장동이 인기를 끄는 건 현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 ‘馬場洞(마장동)’, ‘韓牛(한우)’ 등을 검색하면 마장동 축산시장을 소개하는 영상이 여럿 나왔다. 한국인 크리에이터가 중국어 자막을 달아 올린 마장동 브이로그도 있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도 마장동 관련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이날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여성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마장동은 예전부터 꽤 인기 많은 관광지였다”며 “각종 SNS나 블로그를 보면 마장동에 다녀온 후기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201만명에 그쳤던 방한 중국인 수는 올해 1분기에만 100만명을 넘어섰다. 문체부는 중국 노동절(5월 1~5일) 기간이 겹치는 4월 27일부터 5월 6일 사이에는 8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또 대만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올해 1분기 30만6000명으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인 2019년 1분기 관광객 숫자를 넘어섰다.

마장동 축산시장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고기를 팔던 식당들도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특수를 보고 있었다.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도보로 약 15분 떨어진 곳에서 20년 넘게 한우 식당을 운영한 표 모(65)씨는 “동네 주민들 상대로 장사하던 식당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하루에 5~10팀 정도 중국인 관광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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