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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고도 도착, 구름씨 살포 시작합니다.”
2일 강원 평창군 구름물리선도관측소에서 높이 떠오른 드론이 푸른 하늘 위로 흰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저기 흰 연기 보이시죠? 저 연기가 구름씨입니다. 공중으로 퍼트려져서 구름을 만나면 바로 물방울이 되는 거에요.”(차주완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응용연구부 연구관)
이달 2~3일 서울경제신문은 강원 평창·양양 등을 찾아 국내 인공강우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및 개발을 이끌고 있는 구름물리선도관측소와 기상항공기를 살펴봤다.
인공강우란 이른바 ‘구름씨’라 불리는 강수유발물질을 대기 중에 흩뿌려 눈·비를 촉진하는 기술이다. 이는 구름 속 수증기(기체)가 구름씨 입자를 만나면 비(액체)나 눈(고체)으로 바뀌어 무거워져 땅으로 떨어지는 원리다. 이미 떠 있는 구름의 입자를 키워내는 방식인 만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비가 쏟아지도록 할 수는 없다. 다만 강우의 위치와 시점을 인공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산불 예방 및 안개·미세먼지·가뭄 저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상청의 목표다.
이용희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응용연구부장은 “어떤 종류의 구름씨를 뿌릴지는 구름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구름이 0도(℃)보다 따뜻하면 응결핵(염화나트륨, 염화칼슘) 성분을 뿌려 물방울이 되도록, 차가우면 빙정핵(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성분을 뿌려 얼어붙게 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친환경 성질의 신형 구름씨를 개발하거나 해외 구름씨를 들여오는 등 최적의 실험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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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씨를 뿌리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구름물리선도관측소에 위치한 지상 연소기 및 인공강우용 드론을 이용해 하늘을 향해 살포하거나 기상항공기를 띄워서 땅을 향해 뿌리는 방법이다. 특히 2017년 국내 유일의 기상항공기 ‘나라호’가 도입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국내 인공강우 실험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회당 3~4시간 운항이 가능한 기상항공기는 살포시간과 고도에 한계가 있는 지상 인공강우 실험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3일 양양공항에서 만난 나라호는 양 날개에 각 12발씩, 총 24개의 원통형 모양 구름씨 살포장치를 장착하고 있었다. 구름씨 입자가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 최대한 멀리, 오래 확산할 수 있도록 총 24개의 연소탄을 이용해 공중에서 태워 날려 보내는 원리다. 기상항공기는 이밖에도 26종의 관측 장비를 탑재해 태풍·호우 등 위험기상을 미리 관측하고 온실가스·황사·미세먼지 등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접 들어가 본 항공기 내부는 간신히 사람 한 명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각종 관측 장치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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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국립기상과학원 관측연구부장은 “오는 6월부터 기상항공기 임무 수행을 뒷받침할 전용기 2대를 추가로 국내에 들여온다”면서 “2028년까지 강원·경북 동해안 내 더 넓은 지역에 구름씨를 연속해서 뿌리면서 증우량을 증가시키는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공강우 기술은 아직 실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인공강우 기술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됐으며 2022년부터는 벤치마킹 모델인 미국 노스다코타주에서 인공강우 전 과정 기술을 연수 받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기준 인공강우 효과 확인율(인공강우 실험으로 실제 눈·비가 온 것이 확인된 비율)은 86%로 2020년(65%)보다 21%포인트 올랐다.
기상청의 최종 목표는 실생활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강우 효과를 조정하는 것이다. 건조한 지역에 겨울철에 미리 눈을 쌓아두거나 봄철 땅을 촉촉히 적셔서 산불 발생 위험을 낮추고, 대기질이 나쁜 곳에 비를 오랫동안 내리게 해 먼지를 씻어내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강원 영동 지역은 주변에 강도 없고 비도 잘 오지 않아서 대형 산불에 특히 취약하다”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실험을 진행하면서 산불을 예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유 청장은 “인공강우를 포함해 기상을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꿈의 기술”이라면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인 만큼 어렵지만 이 분야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도전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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