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고발 사건을 신속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보도 이후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에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대표는 애초 9일경 출석하기로 했으나 출석일자를 5월20일 이후로 다시 조율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백 대표는 고발인 조사 때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외에도 4~5가지의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백은종 대표는 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로부터 지난 2일 오전 전화를 받고 오는 8일 고발인조사를 받으러 오는 게 어떠냐고 해서 나는 9일 정도 나가는 걸로 가볍게 얘기했다”며 “그러나 이후 검찰이 5월 안에 수사를 끝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내부에서 다시 회의한 결과 ‘급히 나갈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그래서 어제(4일) 밤에 담당검사와 다시 통화해 ‘5월20일 이후로 해서 천천히 시간 날짜 조정을 자문변호사와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5월9일엔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백 대표는 “검사에게 ‘검사 100명을 투입해도 하루만에 수사가 끝나는거냐, 맞지 않는 검찰총장의 지시 아니냐’고 반박도 했다”며 “압수수색도 하고, 조사할 시간도 필요하다. 참고인들이 한 두명도 아니다. 몇 개월은 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고발인조사 받으러 가서 담당 수사팀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외에도 4~5가지 의혹을 더 고발하거나 수사요청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가 이원석 검찰총장의 신속 수사지시에 따른 것인데, 용산 눈치를 보지 않고 진행하는 검찰의 수사의지가 있는 수사로 보느냐, 아니면 특검 앞둔 명분쌓기용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백 대표는 “수사할 의지가 있다고 하면 미룰 이유도 없고 다 하면 된다”며 “5월 안에 빨리 덮고 6월 국회 개원 전에 마무리하려는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그런 의도가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나름대로 철저히 증거를 취합해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려고 한다”고 답했다.
용산 입장에 반대하는 검찰의 반란성 수사, 일종 검란을 의미하는 수사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백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도 해보고 있다”며 “그건 아직 믿을 수 없다. 이원석 총장 임기가 4개월 남았다. 4개월 내로 자기 명예를 지킬거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위한 것인지 현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 부부의 곤란함을 특검이 되기 전에 무마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청탁금지법상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 명품백을 제공한 것이 직무상 관련성이 있다는 입장인가라는 질의에 백 대표는 “지금은 밝힐 입장이 아니지만, 내가 유불리에 따라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방송사는 검찰 수사가 김 여사 무혐의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지환 JTBC 기자는 4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룸’ 스튜디오에 출연해 ‘(배우자) 처벌 규정은 없다고 했지만, 법에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있지 않느냐’는 앵커 질의에 “그렇다. 명품백을 준 최재영 목사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영향력을 끼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직무 관련성과 연결되는지 짚어볼 예정”이라며 “현행법상 공직자 배우자는 처벌 규정이 없지만,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준 쪽은 처벌을 받기 때문에 최 목사가 ‘대북 정책에 영향력을 끼치려 했다’는 입장을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두고 연 기자는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은 사실을 윤 대통령이 인지했는지가 중요한데, 이 부분을 확정하려면 우선 김건희 여사 조사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이 알았던 것으로 확인되면 그 다음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가 쟁점”이라고 봤다.
어떻게 하든 김건희 여사 조사는 선행돼야 한다는 해석이다. 연 기자는 “명품백 수수 경위, 윤 대통령 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검찰 안에서도 수사 결론을 내려면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방식은) 서면과 소환, 방문조사를 두고 검찰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경우 특검 요구가 거세지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연 기자는 “검찰이 결국 ‘뒷북 수사’로 봐주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아무 수사도 않고 사건을 방치하는 것보단 처벌 규정 없는 점 등 불기소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밝혔다.
한편, 야당은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4일 서면브리핑에서 “고발장이 접수되고 5개월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검찰이 별안간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니 조금도 신뢰가 가질 않는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범을 피해보려는 꼼수는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김 여사 특검법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니 부랴부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며 특검 거부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특검을 피해 보려는 명분이라고 해도 좋다”며 “온 천하가 다 아는 명품백 수수에 검사 3명의 전담 수사 인력도 추가로 배정했다니 ‘강도 높은 수사 했어도 별 거 없더라’는 결말은 충분히 예상된다”고 썼다.
이에 반해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에서 “특검 무마용이다? 이건 민주당의 이야기이고 저희는 검찰이 가진 수사권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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