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님 너무 감사합니다. 잘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김리원(8) 양은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특별한 ‘천사’에게 이런 인사를 전했다.
2016년 5월, 태어나자마자 황달기가 있던 리원 양은 세상에 나온 지 고작 78일 만에 ‘담도폐쇄증’을 진단받았다. 수술을 받았지만 합병증 때문에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마지막 희망은 간 이식뿐이었다.
그러나 생후 14개월에 6㎏도 채 되지 않는 작고 여린 아이가 장기를 이식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의 부모마저도 딸에게 간을 이식해주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이가 배에 복수가 차서 앉아 있기 힘든데 몸은 점점 기아 상태로 말라갔어요. 웃음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에도 저희가 대신 아파줄 수 없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리원 양의 엄마 이승아(36)씨는 울먹이며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지난한 투병 생활을 하던 리원 양 가족에게 한 명의 천사가 찾아왔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은 2017년 7월 리원 양을 비롯한 많은 환자에게 새 생명을 안기고 하늘로 떠났다.
이씨는 “기증자분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공존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대단하고 숭고한 선택이 저희 아이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게 했다”며 “언젠가 유가족들께 리원이가 건강히 자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기증자분도 하늘나라에서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리원이는 간이 약하게 태어났는데 수술하고도 좋아지지 않았어. 그런데 천사님께서 하늘나라 가시기 전에 리원이에게 건강한 간을 선물해주셨어. 천사님을 생각하면서 항상 몸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
이씨는 아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부터 리원 양에게 ‘천사님’ 이야기를 해줬다.
배에 크게 남은 흉터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건강해진 데에 자랑스러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리원 양은 밤에 달을 바라볼 때면 대뜸 공여자인 ‘천사님’을 향해 기도하곤 한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리원이가 ‘천사님 저 짠 것도 잘 안 먹어요. 건강하게 잘 지내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씨 부부는 리원 양의 이식 수술 후인 2018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리원이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아픈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고 장기기증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받은 감사함을 돌려드리고 싶고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 후 건강을 되찾은 리원 양은 밝고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다.
리원 양은 “방과후 학교에서 배운 춤을 추는 게 너무 즐겁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오늘은 학교에서 아이유의 ‘홀씨’ 안무를 배우고 왔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말 리원 양은 기다랗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자른 머리카락은 소아암을 앓는 친구들을 위해 기부했다.
리원 양은 “아픈 친구들도 아프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며 “엄마가 머리카락이 아픈 친구들을 위해 가발로 만들어진다고 말해줘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잘랐다”고 말했다.
이런 리원 양을 두고 이씨는 웃으며 끝으로 이렇게 전했다.
“항상 1번은 몸과 마음이 튼튼했으면 좋겠어요. 아팠던 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이겨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줬으면 좋겠고요.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지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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