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쟁점은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카드가 남아 있다.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오는 28일 본회의 재표결에 부쳐진다. 의결이 되려면 국민의힘 ‘이탈표’가 필요하다. 단, 폐기되더라도 ‘192석 범야권’이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방침이어서 표결을 피할 수도 없다.
5일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날 기준, 구속 수감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 외 21대 국회 재적은 295명이다. 이들이 전원 표결에 참여할 경우, 재의결 정족수는 197명이다.
현재 범야권은 총 180명이다. 민주당(155명)과 녹색정의당(6명), 새로운미래(5명), 진보당(1명), 조국혁신당(1명), 개혁신당(4명)과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8명)을 합친 수다. 통상 국회의장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권에서 최소 18명이 이탈하면 특검법이 통과된다. 범여권은 국민의힘 113명과 자유통일당·국민의힘 탈당 무소속 각 1명씩 총 115명이다.
다만 이 수치는 ‘100% 출석’일 때만 유효하다. 본회의 불참자가 생기면, 의결 정족수는 더 줄어든다. 관건은 4·10 총선에 불출마했거나 낙선·낙천한 현역들의 선택이다. 국민의힘 한 낙선자는 “현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대통령 리스크 때문에 후보들은 답이 없었다”며 “법안에는 반대하지만 안 나오고 싶어하는 분들이 두 자릿수는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본회의 참석 여부가 변수다.
‘이탈표 예약자’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4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투표할 일이 생긴다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본회의 표결에는 불참했지만, 거부권 행사 이후엔 소신대로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김웅 의원도 지난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홀로 남아 찬성표를 냈다. 조경태 의원은 이미 찬성 입장을 밝혔다.
◇폐기되면 22대 재발의… 192석 巨野 ‘꽃놀이패’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고심 중이다. 법안을 거부하면 ‘총선민심 외면’이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이탈표가 여럿 나올 경우 가결 여부를 떠나 여당 의원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 자체로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법을 수용하기도 어렵다. 이 법의 핵심은 최대 104명에 달하는 거대 특검이 대통령실을 수사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권에선 정부가 ‘특검 정국’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 이슈가 이렇게까지 커질줄 몰랐다. 애초에 사단장 사표만 받았으면 됐을 일”이라면서 “결국 실타래는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하는데 계속 무리수를 두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든 형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특검법이 부결돼 21대 국회에서 폐기되면, 22대에 재발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차기 국회에서 범야권은 192석, 여권은 108석이다. 8명만 이탈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한지아 당선인과 중진 안철수 조경태 의원은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21대에서 두 자릿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진 않다”면서도 “일단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22대로 넘기는 건 국민의힘에 더 안 좋은 시나리오다. 어차피 못 피한다”며 “여당 신임 원내대표가 누가 되든 책임론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채상병 특검법이란?
채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1사단 소속 채모 상병이 2023년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순직한 사건을 다루기 위해 발의됐다. 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당국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것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 대상은 채상병 사망 사건 외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 내 은폐·무마·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관련 불법행위 등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이 교섭단체는 대한변협 회장으로부터 4명을 추천 받아 2명의 후보를 선정한다. 대통령은 사흘 안에 이들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활동 기간은 90일이며, 대통령 승인으로 30일 연장 가능하다. 규모는 파견 검사 20명과 파견 검사를 제외한 40명 이내의 파견 공무원 등 최대 104명이다. 2016년 ‘최순실 특검’(최대 105명)과 비슷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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