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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구금·실종·검열…전 세계 언론 자유 ‘하향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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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색이 붉어질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지역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색이 붉어질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지역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

전 세계 언론 자유가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 2022년만 해도 언론자유 지수에서 △매우 나쁨(붉은색)을 받은 국가는 180개 조사 대상 국가 중 28곳이었으나 올해는 36곳으로 늘었다. △좋음(흰색) △양호(노란색)를 받은 국가는 25%에 그쳤다.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RSF)가 지난 3일 ‘2024 세계 언론 자유 지수’를 발표했다. 지수 산정에 사용된 다섯 가지 지표 중 정치 지표가 전 세계 평균 7.6점 하락하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앤 보캉데(Anne Bocandé) 국경 없는 기자회 편집 이사는 “국가와 정치 세력이 언론 자유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언론인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적대적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정부가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계정을 차단하며 뉴스와 정보가 담긴 메시지를 억압하고 있다. 일례로 베트남(174위)에서는 소셜 미디어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 언론인들이 조직적으로 구속되고 있다. 중국(172위)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언론인을 많이 감옥에 가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 유통 채널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온라인 콘텐츠를 규제하고 민감하거나 당 노선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정보의 확산을 제한하는 검열 및 감시 정책을 갖고 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경우 러시아(162위)의 미디어 검열을 모방하고 있는데 벨라루스(167위)와 키르기스스탄(120위), 아제르바이잔(164위)에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아메리카에선 언론 자유 상황이 ‘양호’로 분류된 국가 비율이 2023년 36%에서 2024년 21%로 크게 줄었다. 아르헨티나(66위)에서는 국가의 최대 통신사를 폐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됐다. 2019년 이후 37명의 언론인이 사망한 멕시코는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한 곳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선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가들의 언론 자유 상황이 “매우 나쁨”으로 분류됐다. 나이지리아(112위)와 콩고민주공화국(123위)에선 선거기간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많은 언론인이 구금, 실종 또는 인질로 잡혀 있는 시리아와 에리트레아는 미디어를 보호할 법이 없는 지대”라고 우려했다. 

▲아시아 지역 언론자유지수는 붉은 색으로 가득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
▲아시아 지역 언론자유지수는 붉은 색으로 가득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악화됐다. 이 지역 32개 국가 중 26곳의 언론자유 지수가 하락했는데,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 지역 독재 정부들은 뉴스와 정보에 대한 통제력을 점점 더 거세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언론인 3명이 사망하고 최소 25건의 언론인 구금 사례가 알려진 아프가니스탄(178위)은 전년보다 26계단 하락했다. 북한(177위)과 중국(172위)은 오랜 기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174위)과 미얀마(171위)는 중국과 북한을 따라가고 있다. 2023년 2명의 언론인이 살해된 필리핀(134위)과 3명의 언론인이 살해된 방글라데시(165위)에도 위험 국가로 꼽혔다. 

몽골(109위)에선 명예훼손 소송 위협으로 언론인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고, 말레이시아(107위)에서는 정부 비판적 뉴스 사이트가 자주 차단되고 있다. 홍콩(135위)의 경우 2020년 중국이 시행한 국가안보법에 따라 더 많은 언론인을 박해하며 점수가 하락했음에도 순위는 5계단 상승했다. 하향 평준화 탓이다. 그나마 동티모르(20위)와 사모아(22위), 대만(27위)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언론 자유 모범 사례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62위)의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사이 순위가 19계단이나 하락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21년만 해도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자유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AFP 통신과 교도통신 등 몇몇 외국 언론사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진출해 있지만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김정은은 미디어가 당과 군대, 자신을 찬양하는 내용만 전달하도록 통제하고 있다”고 했으며 “북한 헌법 67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은 이 원칙을 조직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 정권은 스마트폰을 포함해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지만, 내부망 안에서 통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만들어 냈으며 여전히 북한 주민들은 외국 온라인 매체를 봤다가 강제수용소로 보내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곳은 팔레스타인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가자 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2023년 10월 이후 언론인과 미디어는 기록적인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이스라엘 방위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취재 과정에서 사망한 사례는 최소 22건 이상”이라고 우려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24년 언론 자유 지수 순위. ⓒ국경 없는 기자회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24년 언론 자유 지수 순위. ⓒ국경 없는 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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