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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밑까지 차오른 방폐물…고준위 특별법 ‘골든타임’ 사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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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힘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투데이신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원전이 가동될 때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은 쉽게 말하자면 원전 쓰레기다. 이를 저장·처분하는 쓰레기장(방폐장)을 만드는 법안은 박근혜 정부에 이어 탈원전을 주창한 문재인 정부가 공론화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19대, 20대에 이어 21대까지 폐기될 운명에 놓여져 있다.

고준위특별법 공감대 형성됐지만…여야 대립 ‘팽팽’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고준위방사성관리특별법(고준위특별법)과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해상풍력특별법안(풍력법)을 동시 처리하는 이른바 빅딜설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고준위특별법은 지난 2022년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11차례 논의를 거쳤지만 원자력발전소(원전) 내 저장시설의 용량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친원전 입장인 여당은 저장시설 용량을 ‘운영 허가 기간 중 발생 예측량’으로, 탈원전 기조인 민주당은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으로 규정하면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산자위 법안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자 여야는 당 지도부로 공을 넘겨 여야 모두 해묵은 과제이자 숙원 사업을 털어내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 원내대표 모두 고준위특별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며 “쟁점도 상당 부분 해소가 됐기에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고준위 방폐법 비롯해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데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처리할 방침을 밝혀 여야 간 협상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 원내대표도 이날 “정쟁법을 처리하는데 주가 되고 거기에 마지못해 민생법안 한두 개 처리를 본회의를 열기 위한 수단으로 끼워 놓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해서 본회의가 개의 된다 해도 이후 처리가 불확실해졌다.

고준위특별법은 산자위 법안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산자위 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아 고준위 특별법안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대해 산자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안소위와 상임위가 열려야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상임위 일정 잡힌 게 없어 관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저준위 방폐물 모형 전시물.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 방폐물 모형 전시물.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발의·폐기 반복되는 고준위 특별법…원전 쓰레기 저장 한계 다달라

원전 쓰레기장을 만드는 고준위특별법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대를 갖는 이유가 있다. 고준위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저·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은 2015년부터 경주 방폐장에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고준위는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운영된 이래 46년간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원전 쓰레기는 원전 내 임시 저장하고 있기에 자연스레 포화 시점까지 도래됐다.

포화 시점이 예상되는 한빛원전 2030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월성원전 2037년, 신월성원전 2042년, 새울원전 2066년 순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

무엇보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도 안전에 대한 공포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방사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임시 저장시설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지진도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빠른 시일 내 안전하게 관리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본사 전경.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본사 전경.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건설하는데만 30여년 걸리는데…“지금이 골든타임”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는 고준위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고준위 방폐장 완공은 2061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위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저·중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부지 선정에만 19년이 걸렸기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에도 10여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KORAD에 따르면 부지 확보 조사부터 부지 확정까지 약 13년, 중간저장시설과 최종 영구처분시설 건설까지 24년이 걸린다. 때문에 원전업계는 현 시점을 고준위 방폐장 건설의 ‘골든타임’이라고 여기고 있다.

KORAD 관계자는 “여야 각기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통과 된다 하더라도 37년이 소요되는데 만약 21대 국회에서 폐기되고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법안이 발의될 때까지 또다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에 미래 세대를 위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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