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EBS·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등 공영방송 이사진이 검찰의 EBS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말살 폭거”라면서 “민의에 역행하는 공영방송 탄압과 장악을 위한 시도들을 계속한다면 더욱 혹독하고 준엄한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유시춘 EBS 이사장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과 “부정하게 사용한 의혹이 있는 사안” 등이 발견됐다며 검찰과 방송통신위원회에 사건을 넘겼다. 방통위는 같은 달 유 이사장 해임 절차에 나섰고, 검찰은 지난달 30일 EBS 창사 이래 처음 이사장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영방송 이사진은 이번 압수수색이 “공영방송 탄압” 일환이라고 규정하면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탄압 규탄을 위한 공영방송 KBS·MBC·EBS 이사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사진은 “검찰이 압수한 것은 이사장의 일정표와 자체감사자료, 법인카드 영수증으로 굳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입수 가능한 자료들이었다. 그럼에도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 윤석열 검찰의 현주소”라며 “검찰이 유 이사장의 자택과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하려고 시도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만 보아도 검찰의 폭거가 잘 드러난다. 윤석열 검찰은 그렇게 한가한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사진은 “무엇이 급하다고 임기 5개월도 남지 않은 교육방송 이사장에 대해 해임 절차를 밟고 유래 없는 압수수색까지 하는가”라며 “이 문제 하나로 권익위, 방통위, 검찰 등 국가기관이 모두 달려드는 모습은 정권의 방송장악 공작이 얼마나 집요하고 끔찍한지 짐작케 한다”고 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는 반민주적인 독재적 발상으로 집권 후 현재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진은 “(윤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KBS 이사장을 해임하고 KBS 사장을 교체했다. MBC 역시 문화방송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이사를 해임하는 방법으로 무너뜨리려 하였으나, 법원의 이사해임효력정지결정으로 저지되었다”며 “YTN을 민영화하고, TBS를 해체했으며, 이제 정권의 칼날은 다시 MBC와 EBS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회견 후 질의응답을 가진 유시춘 이사장은 검찰 수사를 언론탄압 일환으로 보는 이유로 “권익위가 일방적으로 기자 퇴근 10분 전 제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한 뒤 저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제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의거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제가 응한다면 사실관계는 확인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해선 “코로나 기간 EBS 온라인 클래스가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고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걸 ‘교육비’라고 썼는데 5명이 15만2000원을 썼으니 2000원을 초과했다는 것”이라며 “(업무추진비) 100여만 원 갖고 무엇을 청탁하고 이득을 얻겠나. 코로나 기간 중엔 전부 모니터링을 위해 쓴 것”이라고 했다. “EBS 지하 1층 구내식당 식권이 5000원이다. 제가 출근하는 날 직원들과 10만 원에 20장 산 식권으로 한 달에 서너번 먹는다. 그것까지 불법 사용으로 규정했다”며 “이런 참담한 모욕감을 느끼기는 처음”이라고도 했다.
상임위원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운영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22대 국회에서 이를 바로잡아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MBC 취재기자가 “MBC는 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2인 방통위가 4인, 5인 체제로 복원되어도 근본적으로 공영방송 독립성, 공정성을 지킬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지” 묻기도 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에 공영방송 이사진이 솔루션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의제”라며 “설립 취지에 합당한 절차와 취지의 방통위가 빨리 설 수 있도록 국회에 당부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방통위가 2인 체제라는 위법적 상황에서 의결한 사안들은 전면 무효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구는 법인카드 때문에 잘리는데 누구는 안 잘리고 있다. 이런 (형평성) 문제제기를 작년 국정감사에서 했지만 방통위는 계속 묵묵부답이다. 그러니 정치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진보진영에서 추천한 사람들만 딱딱 골라서 (수사·해임 등을) 했으니 당연히 정치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 문제를 풀려면 방송3법을 빨리 통과시키는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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