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는 주로 친(親)팔레스타인, 반(反)유대주의 시위대가 주도하고 있기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의 지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NN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18~34세 유권자만 놓고 봤을 때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보다 11%포인트(P) 낮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젊은 층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유권자 중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은 71%다. 35세 미만으로 좁히면 반대 의견은 81%로 증가한다. 민주당 당원의 대다수(53%) 역시 전쟁에 반대한다.
하버드대가 지난 4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18~29세 유권자만 봤을 때 트럼프 지지율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8%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4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보다 23%P 앞섰으나, 역전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젊은 층의 51%는 가자지구의 영구 휴전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학생 조직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을 비난한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미국 대학 민주당’(College Democrats of America)은 대학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맞서며 바이든 대통령의 편에 서는 단체로, 구성원 다수는 유대인이다. 하지만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옹호하기 위해 체포와 정학을 견디는 학생들의 용감함을 인정한다”며 “민주당이 영구적인 휴전, 두 국가 해결책, 팔레스타인의 안정을 위해 단결하지 못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민주당에 환멸을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반전 시위를 하는 대학생이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정말 위험한 것은 젊은이들이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지지층이 선거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투표율이 높아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이 투표 자체를 하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앞서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아랍계 유권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효표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지난 2월 27일 미시간주 민주당 경선에서는 전체 투표의 13% 이상, 무려 10만 표 이상의 무효표가 나왔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에서 무효표가 속출한 것은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에 반대하는 아랍계 유권자를 중심으로 불신임 운동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불신임 운동은 무슬림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미네소타·콜로라도 등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랍계 유권자의 표심 이탈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들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위스콘신에서 승리를 거뒀다. 당시 트럼프와의 표 차이는 단 2만1000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위스콘신에서 4만7000명이 넘는 이들이 이스라엘 지지 정책에 대한 항의로 무효표를 던졌다. 미시간주에서도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15만4000표 차이로 이겼으나, 이번 경선에선 10만 명 이상이 무효표를 보냈다.
CNN은 “오늘날 미국의 친팔레스타인 운동은 1960년대 반전 운동과 거리가 있지만, 미국 젊은이의 불안과 좌절은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는 것을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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